“아동훈육, 이렇게 하면 학대입니다”
경찰, 판단지침 발간
부모·교사 등 참고용
#1. A 교사는 가르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자 “○○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라고 발언했다.
#2. 아버지인 B씨는 자신의 3세 아들이 양치하던 중 소리를 지르자 화가 나 손으로 아들의 왼쪽 뺨을 1회 때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아동에 대한 훈육 허용 기준에 발맞춰 ‘아동학대 판단 지침서’를 제작·배포한다고 29일 밝혔다.
국수본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나 구체적인 아동 훈육 범위에 관해 법이나 판례, 사회적 합의 등으로 정해진 것이 부족해 서이초 교사 사건 등 교권 하락 문제가 발생하고 부모의 일반적인 훈육 행위도 아동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례 #1·2의 A 교사와 B씨의 행동은 모두 명백한 아동학대로 범죄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 교사에 대해 “공개된 교실에서 여러 명의 동급생이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면서 “발언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교사의 행위는 피해 아동에게 상당한 모멸감 내지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B씨에 대해선 “피해 아동의 친부로서 피해 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피해 아동을 때리는 신체적 학대 행위를 하거나 정서적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국수본은 “아동을 양육·교육하거나 학대 행위를 수사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도움을 주고자 지침을 마련했다”면서 “교사와 부모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행위를 방지하고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침서는 법원의 유무죄 판결과 검찰의 불송치, 경찰의 불입건 등 총 172건의 사례를 15가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가정, 학교, 보육시설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상황별 훈육·학대 판단 기준과 수사 착안 사항을 기술했다.
70여쪽의 책자 형태인 지침서는 현장 경찰을 비롯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관련 시민단체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경찰청 누리집(www.police.go.kr → 알림/소식 → 공지사항)에 들어가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
다만 학대 행위는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안마다 판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지침서는 참고 목적으로만 활용해달라고 국수본은 당부했다.
한편 국수본에 따르면 ‘정인이 사건’을 전후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6149건에서 2023년 2만8292건으로 75%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처리 건수는 4538건에서 1만554건으로, 집단 보육시설 아동학대는 571건에서 1394건으로 각각 133%, 144% 늘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