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외국산 레이더 고집에 풍력발전 차질

2024-10-02 13:00:01 게재

국내산 저고도 레이더 있는데도 사브사 도입 추진 … 경찰, 직권남용 혐의 수사

국방부가 전남지역 해상풍력발전 사업 협의 과정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장비를 배제하고 특정 해외업체의 레이더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방산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군의 해외 특정레이더 설치 요구 사건을 전남 무안경찰서에 이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국민권익위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전남 신안군 업무를 전남도청이 군 협의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직권남용)으로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군은 직경 5m 가량의 해상풍력발전기가 레이더 작동범위를 제한시켜 인근지역 작전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공군 방공관제사령부는 2021년 500피트 이상 풍력발전기 설치는 레이더 차폐를 유발해 군사작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풍력발전기 위치를 이동하거나 고도를 제한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감도. 사진 전남도청 제공

공군 협의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전남 신안군 등은 손실을 막기 위해 레이더 추가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업체인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저고도 레이더 설치가 논의됐다.

하지만 공군은 스웨덴 사브(SAAB)사 ‘지라프’ 레이더 도입을 요구하면서 사업이 다시 지체됐다. 사브사 레이더는 해군용으로 군에서 인력을 투입해 운용해야 하고, 2기 설치에 300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15년 개발돼 한국군에 실전배치된 LIG넥스원의 무인 레이더는 운용 인력이 필요없고 2기에 2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저고도 레이더가 있는데도 해외 업체 제품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방위사업법 19조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남해상풍력사업자가 군 요구로 구입해야 하는 레이더도 방위사업법에 따라 국내 업체의 장비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방산업계 의견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K-방산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체의 레이더를 외면하고 해외업체 레이더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전남해상풍력발전사업 협의에 사브사 레이더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군은 ‘해상풍력발전사업으로 인한 공군 방공관제레이다 작전제한사항 해소를 위한 추가 레이다 설치방안 연구’ 용역을 8월 발주해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최종 레이더 기종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업주체인 전남도 관계자는 “레이더 도입을 놓고 업체간 싸움 때문에 전남 해상풍력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성배·정재철·방국진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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