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 가업상속공제제도, 전면 재검토”

2024-10-02 13:00:02 게재

오기형 의원 등 토론회서 “기업오너 로비 항목”

“가업 아닌 기업 상속공제 허용, 위헌 해당”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려는 상속세와 증여세 취지를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올해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는 기회반전특구 기업의 경우 상속세 전체를 감면해주는 혜택까지 들어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최기상 김영환 차규근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포용재정포럼, 참여연대 등이 공동주최한 ‘가업상속공제의 위헌성 진단과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상속증여세는 경제의 ‘세습자본주의화’를 방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 중의 하나”라며 “경제적 효용이 증명되지 않았고 그 혜택이 일부 특권층에게만 귀속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폐지하거나 그 요건을 대폭 강화해 가업상속공제의 원래 취지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기업 상속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보편적으로 허용할 경우 법 논리적인 측면에서 위헌에 해당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업상속공제는 조세공평성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훼손하는 매우 예외적인 제도이며 가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만든 예외”라며 “상속인이 다른 금융이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상속세를 납부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다른 자산이 없는 경우에만 공제를 허용해야 하는데 제도에 이러한 조건이나 심사 규정이 없으니 현재의 우리나라 제도는 위헌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엔 국제경쟁력을 가진 히든 챔피언들 중 다수 기업이 수 세대에 걸친 가업으로 영위되는 비상장기업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지 않고 획득한 수익을 지속해서 기술개발에 재투자했기 때문에 자본규모가 작아 상속세 부담은 실존적이며, 종사하는 숙련노동인구들의 고용도 위태롭게 한다”며 “가업상속공제를 바라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과연 독일과 같은 처지의 가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에게 승계되지 않으면 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들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가업상속공제의 확대는 한국의 기업 소유주들이 집중하고 있는 대정부 로비항목”이라며 “이들은 낮은 수준의 법인세 실효세율의 혜택으로 내부에 유보하고 있던 기업소득을 자식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고 싶어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속세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기업의 부는 오너 혼자서 일군 것이 아니므로 상속세를 통해 그 몫을 사회와 국가 그리고 근로자가 같이 나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은 지배주주가 소액주주 등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아깝게 여겨 본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기업내부에 유보금으로 묶어두기를 선호하기에 생긴 저배당 성향과,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 및 인적분할 전략 탓에 소액주주들이 입는 피해 때문에 생긴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가업승계공제 확대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오기형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8~2023년 연도별 가업상속공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총 8378억원이었다. 2022년(3430억원)의 2.4배. 2021년과 2022년 공제액(6905억)보다도 많다. 현 정부 출범 직후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 매출액 5000억원, 최대 공제 한도를 6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혜택 기업을 ‘매출액 5000억원’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을 뺀 모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고 밸류업, 스케일업 우수기업은 공제한도를 2배 늘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옮겨간 경우엔 가업상속공제의 한도를 없애 전액 면제해 줄 계획이다. 가업상속이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에 적용되는 사업용 자산의 범위에 임직원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을 추가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오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백년가게 등 전통문화 유지와 고용창출 등 예외적으로 사회적 기여가 있는 경우를 위한 것인데, 사실상 그 목적과는 달리 ‘부의 세습’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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