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래퍼 나플라,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질환 꾸며 조기 소집해제 시도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법, 브로커도 징역 5년 확정
병역 브로커를 통해 병역의무를 회피하려 한 혐의를 받는 래퍼 나플라(본명 최니콜라스석배)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플라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에 대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나플라는 2021년 2월 서울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받은 뒤 출근 기록을 조작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악화한 것처럼 연기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약 1년가량 반복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았으나 대부분 실제로 투약하지 않고 집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플라는 구속돼 재판받았고 지난해 8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도 나플라의 혐의 중 1~2차 소집해제 신청 관련 사안과 재신체검사 관련 사안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1~2차 소집해제 신청과 관련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고, 재신체검사 관련 사안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나플라의 1차 소집해제 신청과 관련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가 성립되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무집행 방해가 이뤄져야 한다. 이 경우 직접적이진 않아도 신청서를 제출해 위계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업무에 방해가 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재신체검사 관련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서는 “나플라가 복무지를 이탈하고 단기간 약을 복용하는 것을 알았다면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소 대상인) 3급 판정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나플라와 검사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모든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에서 선고한 형을 최종 확정했다.
나플라에게 ‘가짜 뇌전증(간질)’ 진단 수법을 사용해 병역 면탈을 도운 병역브로커 구 모씨도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징역 5년과 추징금 13억7987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구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병역 의무자들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 판정을 받도록 돕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병역 의무자를 위한 상담 카페를 개설한 뒤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에 맞춰 발작 등을 호소하게 해 의뢰인의 병역 면탈을 도왔다. 구씨는 과거 행정사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룹 ‘빅스’ 출신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는 뇌전증 환자 행세로 허위 진단서를 받은 뒤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면탈하려 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