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지지율’ 조사 쏟아져…거부권도 ‘임계점’
오늘 ‘김건희 특검법’ 두번째 거부
여당, 정치적 부담에 피로감 커져
한동훈 패싱 만찬,'윤·한 갈등' 고조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 여사 특검법 거부는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채 상병 특검법은 세번째 거부다. 취임 이후 총 24번의 거부권 행사 기록을 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1 정부와 대통령실은 반헌법적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정국은 예전같지 않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는가 하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거부권 이후 연이은 재표결과 중첩되고 있는 김 여사 리스크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당 의원들까지 윤 대통령이 신경써야 할 지점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와 함께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도돌이표 거부권 정국의 임계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최저 지지율이 잇따라 나오는 것이 큰 부담이다. 이번 주 들어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여론조사가 세 군데서 공개됐다.
2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9월 28~29일 이틀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27.8%였다. 이는 4.10총선 이후 32%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같은 날 공개된 리서치뷰 조사(9월 28~3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7%로 역대 최저를 찍었다. 이주 초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임기 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정동력이 상실될 정도라고 평가받는 낮은 지지율 하에 연이은 거부권 행사는 국민들에겐 ‘고집불통’으로 비칠 수 있다.
김 여사 리스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의혹 등은 곧 개시될 국정감사에서 더 가지를 치며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또 거부한다고 해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김대남 SGI 서울보증 상근감사가 지난 7월 언론에 이른바 ‘한동훈 공격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막장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엔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지도부와는 2일 만찬을 하기로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친한동훈계 인사는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한동훈) 패싱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면서 “게다가 김 여사 특검법 거부 이후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만나면 손수 표단속에 나서는 모양새가 될 텐데 대통령실에서 정무적 판단을 하고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정국 부담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실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김 여사의 직접 사과, 제2부속실 설치 속도 등의 카드가 제시되지만 내부 여론이 통일되지 않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2년 연속 군 시가 행진을 진행하며 대북 강경 발언을 하며 안보 이슈를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1일 경기 성남 서울 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 날이 바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