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김건희 여사 끝내 불기소

2024-10-02 16:40:56 게재

검찰, “우호 유지·접견 위한 수단, 직무관련성 없다” 결론

윤 대통령 신고의무 없어·최재영 목사 등도 무혐의로 종결

논란 지속 …서울의소리 항고 방침, 특검 요구 거세질 듯

검찰이 명품가방 등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논란이 불거진 지 10개월,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한 지 5개월 만에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면조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이어졌던데다 검찰의 결론이 국민 법감정과는 동떨어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디올백 등을 건네며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이 개인적 소통의 영역을 넘어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과 최 목사가 아무런 친분이나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점과 △김 여사와 최 목사의 개인적 친분 관계 △선물 수수 경위 △요청 내용의 일회성과 모호성 △선물과 요청 내용의 연관성 △직무관련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 △시간적 간격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최 목사가 건넨 선물은 “김 여사와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무혐의 처분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여자인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불기소로 결론지었다. 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제기된 다른 의혹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뇌물수수 혐의의 경우 공무원이 아닌 김 여사에게 적용할 수 없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모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 여사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알선에 대한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 현안 알선에 관한 고의 내지 인식도 없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문제가 된 디올백은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검토를 위해 대통령실에서 보관하던 중 검찰에 증거물로 임의 제출된 것이어서 윤 대통령 부부의 증거인멸 혐의도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충분히 예측가능했던 인사로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결론 냈다.

검찰은 최 목사에게 제기된 주거침입·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의 무고혐의 등에 대해서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 사건은 최 목사가 몰래 촬영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장면을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가 공개하고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5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지시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면서 뒤늦게 수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 총장 지시 후 갑작스레 수사지휘부 교체 인사가 단행되고,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총장 보고 없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보안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총장패싱’ ‘황제조사’ 논란이 제기되는 등 수사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검찰은 수사 공정성 제고를 위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소집했으나 김 여사에 대해선 불기소, 최 목사에 대해선 기소 권고가 나와 혼란을 더 키운 모습이 됐다.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은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서울의소리는 검찰 처분에 항고한다는 방침이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관할 고검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공수처의 수사도 남아있다. 조국혁신당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김 여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공수처는 그동안 검찰의 처분을 보고 사건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야권의 특검 도입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요구하기로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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