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설 때릴까 핵시설 공격할까
미-이스라엘 이란 대응 논의 중 … 구체적 공격 목표는 함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및 조지아주 허리케인 피해 지역 방문을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in discussion)이다. 제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늘(3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대해 “내 답은 아니다(No)”라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엇을 하려는 지 이스라엘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요 7개국(G7)은 이스라엘이 대응할 권리가 있지만 (이란의 공격에) 비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겠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든 우리는 그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 이란의 석유 시설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란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논의하는 것 이상은 말할 수 없다”면서 “여기에서 잠재적인 목표가 무엇일지에 대해 구체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이나 유전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도 “가정적 질문이나 이스라엘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싱 부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전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스라엘에)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란 석유 시설을 포함해 이스라엘이 이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은 여전히 정확히 무엇을 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에 대한 대응방침을 논의 중인 것과 별개로 이스라엘은 3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지상작전을 나흘째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이날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정보본부를 공습하고 레바논 남부에 소개령을 확대했다.
이스라엘군은 “정보본부 소속 테러 요원과 정보수집 수단, 지휘센터, 추가 테러 기반 시설 등 목표물을 공습했다”며 “정보본부는 헤즈볼라의 정보활동을 지휘하고 전략적 정보수집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베이루트 시내의 아파트를 공습해 9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것으로 레바논 보건부는 집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17일 헤즈볼라와 교전에 피란한 자국 북부 주민의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 추가한 뒤 지난달 23일부터는 헤즈볼라의 공격 기반 파괴를 명분으로 ‘북쪽 화살’ 작전을 한다며 레바논 남부를 집중 공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1974명이 숨지고 938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24시간 동안 레바논에서 최소 28명의 의료진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