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국감’ 뒤로하고…윤 대통령, 동남아 3국 순방

2024-10-04 13:00:02 게재

일 신임 총리와 첫 만남 … “한·아세안 관계 격상”

순방 기간 내내 국내 정치 이슈에 발목잡힐 가능성

김 여사 모녀 증인 채택 등 야권 바람몰이 ‘김 빼기’

윤석열 대통령이 6일부터 5박6일간 동남아 3국(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순방을 떠난다.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은 7일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 초반부와 겹친다. 야권의 ‘김건희 국감’ 공세가 예고돼 있어 국내 정치권 이슈에 순방 성과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아세안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다. 지난 2010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 14년 만에 관계 격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일 브리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 11개 중 5개 국가와만 맺은 특별한 관계”라며 “지난 35년간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해 온 협력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협력의 전방위적 확대를 모색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효 안보1차장,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브리핑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 참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과 첫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 총리가)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일 간 양자회담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회담이 이뤄질 경우에 대해선 “양 정상이 셔틀 외교의 취지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며 “양국이 해오던 문제를 더 발전적으로 잘 이행해 나가고, 지혜를 모아서 앞으로 또 한일 관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6일부터 1박2일간 국빈방문하는 필리핀에선 원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필리핀은 1986년 이후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필리핀은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구체적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8일에는 싱가포르에서 국빈방문을 이어간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내년 양국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9일에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연구소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처’에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 비전’을 주제로 강연한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이 갖는 국제 연대의 의미를 설명하는 첫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방문지인 라오스에서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선 리창 중국 총리와 재회할 전망이지만 별도의 양자 회담은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리창 총리와 지난 5월에 또 별도로 긴 시간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에 이번 아세안 계기에 중국과 우리나라가 중국 총리를 염두에 둔 정상회담은 현재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이 국감 시기와 겹친 것을 놓고 미묘한 표정이다. 야권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공세를 퍼붓는 동안 대통령은 여사와 함께 해외로 떠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원외위원장은 4일 “예전에는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를 합쳐 일주일 정도 가셨던 것 같은데 이번엔 아세안 회의 앞에 다른 나라 일정도 많이 잡았더라”면서 “김 여사 의혹이 정치권을 도배할 텐데 외교 성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권의 어지러운 상황이 순방 성과를 덮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정치적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이 원외위원장은 “국감은 주로 초반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는데 이 시기만이라도 (대통령 내외가) 잠시 피해가거나 순방 성과로 김을 빼는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