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대로 내려왔다지만 연말 물가상황 아직 ‘먹구름’

2024-10-04 13:00:02 게재

9월 석유값 작년보다 7.6%↓ 물가상승 막았지만

중동분쟁 새 국면 접어들면서 국제유가 상승 전환

폭염 영향 채소 등 장바구니물가도 아직 고공행진

전체 물가와 국민체감 물가 사이 ‘괴리감’ 더 커져

중동분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처럼 1%대로 꺾인 물가도 안정세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으로선 이래저래 중동분쟁 격화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재전건전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12번째 유류세 인하조치가 연장되면 세입감소와 재정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서다.

전체 물가상승률과 국민 체감 물가의 괴리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밥상물가와 직결된 신선식품지수나 외식가격은 여전히 3%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등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는 점도 남은 변수다.

◆통계와 너무 다른 체감물가 = 4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3월(1.9%) 이후 처음 1%대로 내려왔다. 올해 4월 2.9%를 기록하며 2%대로 진입한 물가 상승률은 8월에는 2.0%까지 낮아진 바 있다.

하지만 ‘밥상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3.4% 상승했다. 신선과실은 2.9% 하락했지만, 신선채소가 11.6% 올랐다. 긴 폭염과 가뭄 탓에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가격은 여전히 불안하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가격은 10% 이상 올랐다.

배추가격 폭등은 관련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식품 기업들의 포장 김치 제품들이 줄줄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파와 열무를 원재료로 한 김치도 ‘일시 품절’로 구매가 막혔다. 10월까지는 배추와 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반기 인상요인이 남아 있는 공공요금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가스(6.9%)와 지역 난방비(9.8%) 상수도료(3.5%)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3.0% 상승했다. 전기요금의 경우, 하반기 한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 서민들의 공공요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지역난방비가 9.8% 증가하며 겨울철 서민 난방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대 물가 견인한 국제유가 ‘폭풍전야’ = 사실 9월 물가가 1%대 상승률로 꺾인 결정적 배경은 국제유가 안정세였다.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석유류는 작년 동월보다 7.6% 내렸다. 올해 2월(-1.5%) 이후 처음 하락해 전체 물가를 0.32%p 끌어내렸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는 3년7개월 만에 최저 상승했다”며 “국제유가도 낮고 전년 기저효과에 석유류가 많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중동 정세 불안’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됐지만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란의 참전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확대된 가자전쟁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무력 충돌에도 국제유가는 안정적인 모습이었지만 이번엔 전면적인 중동전쟁 확대 우려로 가파른 상승세다.

10월에도 배추 대란 계속 고온과 가뭄 등으로 배추 생산이 감소하며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긴장감 커진 물가당국 = 실제 지난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66센트 오른 69.8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해 10월3일 89.23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1.86센트 오른 배럴당 73.56달러, 두바이유는 73.56달러 수준이다. 가격 하락세를 보이던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1%대 물가’를 이끌었던 국제유가가 오히려 물가상승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물가당국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 ‘정상화’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연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폭등하는 배추값을 잡기 위해 정부 비축물량을 긴급방출하고 배추수입도 허용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실효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안다.

중동분쟁이 더 격화돼 국제유가가 100달러선에 육박한다면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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