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잡으러 가는 민주당, ‘집토끼’내에선 ‘균열’ 조짐

2024-10-04 00:00:00 게재

지도부, 중도층 겨냥한 ‘우클릭’ … 이재명 대표 “보수 실용주의자”

호남 재선거서 조국혁신당과 감정싸움으로 번져 후유증 커질 수도

진보진영 7개 원내외 정당·시민단체 반대에도 금투세 유예쪽 가닥

이재명 사법리스크 당 안팎서 우려…진보진영서 ‘비호감’ 적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산토끼’인 중도층 구애에 본격 나선 가운데 진보진영과의 불화가 이어지면서 ‘집토끼’인 진보진영 단속에 구멍이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전에서 조국혁신당과, 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관련해서는 진보진영 소수정당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과, 이재명대표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새미래민주당과 강하게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면서 2027년 대선을 향한 승부수로 읽히는 이 대표의 ‘우클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는 상황이다.

4일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오늘 민주당은 지도부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행이든 유예든 폐지든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국감 이전에는 결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예도 있지만 폐지 의견도 많은 만큼 ‘폐지 후 재발의’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상법, 경제상황, 수익률 회복 등 어느 기준에 도달하면 곧바로 재발의하는 방식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했다.

◆금투세 ‘폐지 후 재발의’도 검토 = 이와 관련해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나 폐지를 결정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을 상징하는 결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단속하고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과 수익에 대해 공정하게 부담을 안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들이 다 되고 난 다음에나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이 끝난 ‘4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법으로 규정하고 시행을 2년 유예해 준 후 2022년 윤석열정부에서 ‘2년 추가 유예’를 압박하자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수용하고 말았다.

이 대표는 “나는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다. 명확하게 실용주의자다”라며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금 (시행)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있어서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크게 줄이는 종부세 개편 의지도 보이면서 ‘우클릭’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중도확장 전략은 2027년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주식투자인구가 1400만명이고 이들이 불안해 하는데 ‘주가 하락’이나 ‘큰손 이탈’ 등이 괴담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며 “지금은 정권을 교체하고 선거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외에 선택지가 있느냐”면서 “사법리스크는 예상했던 것이고 결과와 상관없이 이재명체제로 공고하게 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내부 결속’은 안정적으로 구축됐고 이제는 외형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의 균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16 재보궐선거전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혈투와 이에 따른 감정의 골이 깊어져 선거 이후에도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수뇌부까지 전면전으로 붙어 비난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가능성에 대해 진보진영의 원내외 7개 정당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도 눈에 띈다. 원내 소수정당인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지난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금투세 시행’을 촉구했고 원외 진보정당인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이날 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 금투세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가 함께 했다.

◆경실련 "금투세 시행여부, 개혁정당인지 시금석“ = 11월에 불어 닥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민주당 이탈 세력이 만든 새미래민주당이 앞장서고 있다. 새미래민주당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하자 “민주당은 오래전 이재명 대표 방탄막이 정당으로 전락했다”며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정당으로 몰락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문계, 비명계 중심으로 이 대표 리더십에 불만이 적지 않지만 외부로 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중 58%가 이재명 대표를 장래 정치지도자로 지목하면서도 31%는 의견을 유보했고(9월 24~26일, 전국 만18세이상 1001명 대상) 조국혁신당 지지층들 중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선호도에서 31%가 ‘비호감’으로 지목했다.(8월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이 두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내부가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중도확장 전략은 20%대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더기 의혹들’에 따라 가능한 선택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중 최저수준까지 낮아졌고 김 여사 의혹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면서 지지층과 중도층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내부 균열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은 “민주당이 표심에 끌려 원칙을 바꾸고 있다”면서 “이런 게 하나하나 쌓여가면서 부자감세 등 그동안 비판했던 논리에 스스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경실련은 “금투세 시행 여부는 민주당이 여전히 개혁 정당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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