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통화정책 사이클 전환기 리스크 관리
각국 중앙은행의 임무는 리스크 관리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물가와 고용지표 간 균형을 통해 경기침체나 시장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앙은행과 시장은 경쟁관계일 수밖에 없다. 각자의 리스크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이 긴축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시장과 각국 중앙은행 간 힘겨루기 양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50bp ‘빅컷’은 시장의 기대치에 순응한 결과다. 연준의 9월 경기예측 자료를 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예상치는 2.0%이고 실업률은 4.4%다. 지난 3월과 6월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성장률은 0.1%p 낮아지고 실업률은 0.4%p 상승한 수치다. 미국의 장기 자연 실업률 예측치는 4.2%다. 실제 실업률이 0.2%p나 높은 상태다. 연준이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보고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렸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빅컷,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 불식 의도
특히 실업률은 시장의 후행지표다. 기업경영이 매출 감소나 비용 압박을 견디다 못해 감원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미 감원 여파가 여러 분야로 번진 게 실업률 급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준으로서도 물가보다 고용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다.
물론 연준의 실업률 상승에 대한 표현은 ‘실업률이 상승세지만 여전히 낮다’며 모호하다. 빅컷 이후에 대비한 발언이다. 실제 노동부의 9월 미국 신규 취업자수는 전달보다 25만4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인 15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실업률도 4.1%로 전달보다 0.1%p 낮아졌다. 임금은 전달보다 0.4% 오르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관광 성수기를 맞아 레저와 호텔 부문 일자리가 7만8000개나 늘어난 덕이다. 의료보건(4만5000개) 공공일자리(3만1000개)도 늘었다.
항만파업과 기상악화를 반영할 차기 고용지표는 나빠질 게 분명하다. 11월 FOMC에서 고려할 요인이다. 시장에서 보면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의 세부 방향을 추측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빅컷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경제지표의 역전 리스크도 고려 대상이다. 미 연준은 중립금리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우선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물가 안정세는 기대 이상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는 8월 2.2%까지 하락한 상태다. 고점이던 7%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인플레이션의 단계적 하락을 의미한다. 연준의 경제전망 요약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말 기준 PCE 중간치는 2.3%다. 물가하락이 예상보다 빠른 상황에서도 임금인상 속도는 여전하다.
애틀랜타 연준의 임금상승률 데이터를 보면 8월 기준 3개월 이동 평균임금 중간치는 전년 동기대비 4.6% 올랐다. 2022년 이후 최저치이지만 코로나19 이전 3년 평균치 3.4%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기업이익 증가가 임금과 물가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셈이다. 연준이 최근 실업률 급상승에 민감한 이유도 선순환 구조의 붕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핵심 원인이다.
시장에 전달하려는 연준의 신호도 분명하다. 충분한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가지 목표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게 첫번째다. 한마디로 미국경제의 침체 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시장에 빅컷을 새로운 흐름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도도 있다. 연준이 시종일관 금리인하 폭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이유다. 실물 경제지표를 중시하는 한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에 큰 편차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장동향 따라 자산배분 신속히 조정할 필요
다만 연준 빅컷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사이클 전환에는 속도가 붙었다. 유럽연합(EU)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중앙은행도 지난달 금리를 25bp씩 인하했다. EU의 경우 6월과 9월 각각 25bp씩 인하했고 영국은 8월에 인하한 후 9월에는 동결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공 체코 헝가리 칠레 콜롬비아 등 개도국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국은행의 선택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유동성 완화는 빠른 자금이동을 의미한다.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소비 진작을 위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은 리스크에 민감하다. 글로벌 수요부진에다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결정하는 변수는 환율이다. 달러화 가치는 무역수지나 자산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투자자로서는 시장동향에 따라 자산배분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