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단계부터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 대응 고민해야”

2024-10-07 13:00:03 게재

발생 뒤 완화 조치 ‘비효율적’

재활용 공정에서 배출 우려도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제품 사용 과정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다. 합성 섬유 의류를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섬유나 페인팅이나 코팅제가 벗겨지면서 나오는 미세 입자 등이 해당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인간 혈액 폐 등에서 검출, 경각심 커져 = 7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20년간의 미세플라스틱 연구 -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에서는 “의도적으로 제품에 첨가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간단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2차 미세플라스틱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재활용 공장에서 폐기물을 관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도 우려 사항으로 떠오른다.

이 논문에서는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관한 대응 전략은 대부분 발생 후 완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는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며 “생산 단계에서 적절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몇 년간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혈액이나 태반 간 신장 폐 뇌 등에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한 예로, 흡연자의 폐에서 비흡연자에 비해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5월 6일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으로 평가한 사망한 인간 뇌의 미세플라스틱 생물축적’ 논문이 올라왔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은 미국국립보건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의 사전 인쇄본을 공개하는 서비스를 한다. 사전 인쇄본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저널에 게재되지 않은 연구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체내에 미세 혹은 나노플라스틱이 들어왔을 때 간이나 신장보다 뇌에 쌓이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폴리에틸렌 미세 혹은 나노 입자들에게 노출됐을 때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 이는 2016~2024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의학 조사관실에서 부검 표본들로 12가지 중합체의 열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 - 질량분석법 등을 사용해 밝혀낸 결과다.

3월 국제 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인체 조직 내 미세플라스틱 축적과 잠재적 건강 위험’ 논문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축적량이 가장 높은 곳은 폐 조직이었다.

◆미세섬유 방출률 80% 줄일 수도 있어 =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의 환경 영향 최소화가 시급해지면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내년부터 판매되는 세탁기에 미세섬유 포집 기능이 있는 필터가 의무적으로 탑재돼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을 포집하기 위한 하수 처리 등과 관련한 기반 시설도 만들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미세섬유 포집 기능 필터를 올바르게 세척하지 못하거나 포집된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하수 찌꺼기(슬러지)를 토양 영양 강화제로 활용하는 등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논문 ‘20년간의 미세플라스틱 연구 -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에서는 처음부터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고려하여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 감축 △제품 설계 개선 △비플라스틱 대체품 홍보 △폐기물 관리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자연 분해가 잘 되는 섬유나 옷의 경우 미세섬유 방출률이 8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이를 정책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커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2월 28일 ~ 3월 2일 케냐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 추진 결의를 채택했다. 이후 총 5차례의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를 통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성안하기로 했다. 성안은 협약의 초안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합의된 문서를 만드는 일이다. 통상 성안 뒤 서명 비준 등의 과정을 거쳐 협약이 발효된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회의인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11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이번 협약에는 플라스틱의 생산·사용·소비 등 전 생애주기 차원에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 단계부터 감축이냐 재활용이냐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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