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휴학 승인”…“반헌법적 졸속대책”
교육부 ‘의대 정상화’ 비상대책 발표 … 교육과정 1년 단축 허용 검토
의료계 “교육 부실화 고착시키려는 것” … 학생 복귀 가능성도 ‘불투명’
지난 4일 대학 총장들을 불러 의대생 ‘휴학 불가’ 방침을 강조했던 교육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꿔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학생들이 올해 안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 내년 의대 수업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동맹 휴학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학생이 증빙 서류를 내며 사유를 소명하는 경우에만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또 “휴학 승인 없이 지속적으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유급 및 제적 등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고 각 대학에 당부했다.
교육부는 또 의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이 원하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교육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인 9월이 지나고 서울대 의대가 일괄 휴학 승인까지 하자 나왔다. 이번 조치로 내년 전국 의대 예과 1학년의 경우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부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발표는 헌법 제31조 4항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의대생에게서 무참히 뺏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에 위반하는 개인의 자유,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유급과 제적을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도 이대로는 내년도 교육이 불가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생들을 복귀시킬 유일한 해법은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계와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의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미 비정상인 의대 교육의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며 “교육부의 잇따른 무리수 대책에 극렬히 공분하며 정부의 선 넘은 폭거를 엄중 규탄한다”고 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은 “본과 4년 교육도 힘들어 이 과정들이 예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5년제 시도는 교육과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육부 브리핑 관련 기사를 게시하며 “교육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부실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의대생에게만 휴학을 허용하지 않는 게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냐”며 “복학은커녕 내년 신입생들도 선배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