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해소·사법리스크 최대 쟁점
대법원 국정감사 … 법관 증원도 관심
이재명 대표 재판진행 놓고 공방 예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재판지연 해소방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진행 등이 주요 쟁점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법조경력 5년 이상으로 법관 임용 요건이 완화된 가운데 법관 증원 문제도 새롭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사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올해 첫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감사 대상은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양형위원회 △윤리감사관 등이다.
이날 최대 쟁점은 재판지연 해소 방안과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이슈이다.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민사 1심 합의부에서 사건 접수 이후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73.4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98.3일에서 2020년 309.6일, 2021년 364.1일, 2022년 420.1일에 이어 지난해 473.4일로 증가했다.
형사 단독 재판부 사건인 경우 1심은 5.8개월, 2심(지법 항소부)은 7.5개월, 3심은 2.4개월이 걸렸다.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까지 간다면 평균 15.7개월이 소요되는 셈이다.
합의부 사건은 1심 6.9개월, 2심(고법) 5.3개월, 3심 3개월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경우 3심까지 간다면 평균 15.2개월이 걸린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부터 줄곧 ‘재판지연 해소’를 강조하면서, 지난 1월 이를 실현할 적임자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임명한 바 있다.
천대엽 처장 임명 이후 법원행정처는 △법원장 직접 재판 제도 시행 △재판지연 관련 사법정책자문위원회 구성 등 사법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와 관련 이날 국감에서도 재판지연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해소됐는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법사위에 법원장 직접 재판 관련 처리 결과 자료 등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진행 상황도 여당 법사위원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법리스크 등 재판 결과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떠나 신속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감사의 주요 쟁점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4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지 11개월 만인 지난 9월 30일 결심 공판을 했다.
오는 11월 25일 선고가 내려지면 기소 이후 1심 선고까지 1년을 넘기는 것이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15일 1심 선고가 내려진다. 2022년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2년 2개월(26개월) 만이어서 법정시한보다 1년 8개월(20개월)이 늦어지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2대 총선 선거사범 재판을 계기로 선거법 위반 사건은 ‘6·3·3법’ 원칙을 준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6·3·3법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안에 마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우려를 표한 만큼, 이에 대한 질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양형위엔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재판지연 해소 방안의 하나로 제기된 법관 증원 문제도 주요 관심사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 이후 법관 증원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처장은 지난달 27일 대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지난 21대 국회에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이 신속히 개정돼 충분한 재판 인력이 확보됨으로써 당면한 재판지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판사정원법은 검사정원법과 함께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이 검사 증원에 반대하고,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결국 마지막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바 있다.
검사 탄핵, 특검법 등으로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사정원법 개정안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