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질병 급증…입증책임은 ‘근로자’?
예산정책처 “10년간 재해자 연평균 4.1% 증가”
“근로복지공단 입증책임 부과, 사회적 합의 필요”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입거나 질병을 얻은 근로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을 받기 위한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입증책임이 근로자에게 있어 보상심사 인력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입증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재해보상보험 운용 현황과 고려사항’ 분석보고서를 통해 사망자를 포함한 산업재해자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9만2000명에서 13만7000명으로 연평균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업무상 질병자는 같은 기간에 8000명에서 2만3000명으로 11.3%나 늘어났다. 특히 60세 이상 업무상 질병자는 1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25.5%에 달했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판단된 경우에 보험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역학조사 등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평균 처리기간이 지난 2019년 186일에서 지난해에는 214.5일로 15.3% 늘어났다.
또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단 결과와 반대되는 법원 판결들이 나오면서 업무상 질병 판단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예산정책처는 “기존 판례는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는 근로자가 상당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근로자 측의 상대방인 근로복지공단이 증명하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역학조사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보상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질병과 관련한 역학조사의 요청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재 판정 기준을 규범적 인과관계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사의 산재신고를 허용하며 산재 조사기한을 설정하는 등 산재근로자를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