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식 “해외 발전기자재 공급사 갑질”

2024-10-07 13:00:34 게재

동서발전 380톤 발전기 ‘운송중 낙하사고’

지멘스, 국내에서 수리시 “성능보장 불가”

운송책임 A사 새발전기 구매 … 6백억 손실

국산사용 유사사고 서부발전 사례와 대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해외 발전기자재 공급사의 갑질로 국내 발전사와 건설사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한국동서발전이 2022년 1월 착공한 음성천연가스발전소 1호기(561MW급) 사업의 준공일이 2025년 6월에서 11월로 5개월 지연됐다”고 밝혔다. 가스터빈·증기터빈·발전기 등 주요 기자재는 독일 지멘스가 맡고, 발전소 건설공사는 국내 A건설사가 책임지기로 하는 내용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서발전과 4700억원에 계약한 사업이다.

4월 5일 밤 충남 홍성 궁리항에 하역된 발전기를 충북 음성발전소 건설현장까지 운송하던 중 공주 인근도로에서 낙하사고가 발생한 현장 모습. 사진 허종식 의원실 제공

이 사업은 약 380톤 무게인 발전기가 농수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틀어졌다. 4월 5일 밤 충남 홍성 궁리항에 하역된 발전기를 충북 음성발전소 건설현장까지 운송하던 중 공주 인근도로에서 견인 트레일러 연결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낙하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후 동서발전은 성능 및 하자보증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전도된 발전기를 수리해 다시 사용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멘스측은 발전기 성능 보증이 불가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운송책임이 있는 A건설사는 새 발전기를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계약 당시 90억원이던 발전기 가격은 160억원으로 뛰었다. A건설사는 발전기 구입비로 약 7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한편 공정촉진비와 준공지연배상으로 약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주처인 동서발전 역시 5개월 동안 가동하지 못함에 따라 발전영업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통상 500MW급 발전기 한호기당 매출은 하루에 7억~10억원에 달한다.

해외 공급사 기자재에 대해 국내에서 검사·보수체계시스템이 구축됐다면 손실을 줄였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사사고에 대해 국내 공급사의 발 빠른 대처로 준공 일정을 맞춘 사례를 비춰보면 지멘스의 갑질로 국내 건설사와 발전사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4월 17일 밤에도 한국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구미천연가스복합발전소에 납품 예정인 배열회수보일러 모듈 1개를 실은 트레일러가 경북 의성군 도로에서 도로 밖으로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제작사인 SNT에너지는 모듈을 공장으로 이송한 뒤 20일 동안 전수검사·정비·수압시험 등을 바치고, 계약일인 5월 14일까지 납품 완료했다. 하자보증기간은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사고발생 보일러가 해외 제작사 기자재였다면 국내에서 보수가 불가해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했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해외 기자재가 고장 또는 운영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적기에 점검·수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동서발전은 음성 2호기에 대해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1호기와 같은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해외 기자재 공급사 문제는 일부 발전사에 국한된 현안이 아닌 만큼 정부는 불공정 계약조건·이행 등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해외 공급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수리 또는 조립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해야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내업체 피해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박준규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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