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한 디지털 증거 자료 줄인다
대검, 개정 예규 1일부터 시행
‘통째 보관’은 여전히 가능
피압수자 참여 실질적 보장
피의자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을 압수해 보관 중인 디지털 증거 자료를 과도하게 수집·보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검찰이 보관 기한과 용도를 좀 더 엄격히 통제하는 방향으로 예규를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째 보관’이 가능해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예규는 디지털 증거 폐기의 예외 규정을 최소화하고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 등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일각에서 검찰이 일명 ‘디넷’(D-Net)이라 불리는 대검찰청 서버에 등록해 둔 디지털 증거를 별건 수사에 활용한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개정 규정은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등록된 디지털 증거는 법정 재현이나 검증, 해당 사건의 수사나 공소 유지에 필요한 경우 등에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디지털 증거를 과도하게 오래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디지털 증거 폐기의 예외를 규정한 제54조 2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압수의 원인이 된 사건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증거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압수의 원인이 된 사건이 기소중지 처분 또는 참고인 중지 처분이 된 경우 △불기소처분을 한 사건 또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건 중 공범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해당될 때는 공소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디지털 증거를 폐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동종·유사 범행과 관련된다고 의심되는 전자정보를 함께 압수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삭제했다. 압수 단계에서부터 과도한 자료 수집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다만 예규 개정으로 검찰이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통해 전자정보를 통째로 보관하는 근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판에서의 증거가치 보전을 위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규정은 ‘영장 밖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런 ‘통째 보관’이 영장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자료 수집이란 비판이 일기도 했으나, 검찰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또 예규에는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앞으로는 압수수색, 검증 과정에 참여한 피압수자 측이 압수한 디지털 증거와 사건의 관련성에 대해 의견을 낼 경우 이를 조서에 적어야 한다. 아울러 피압수자 측이 포렌식 참관일시, 참관 장소 등에 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주임검사는 이들과 협의해 변경된 일시와 장소를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압수 대상자가 자료 선별 참관권을 남용해 수사를 지연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피압수자가 증거 인멸, 수사 지연, 수사 방해 등을 목적으로 참관일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새로 날짜를 잡지 않고 피압수자의 참여 없이 포렌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명확성을 높이고자 예규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