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사건을 처음 폭로하고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검찰은 서울의소리가 고발한 지 10개월여 만에 김 여사를 비롯한 관련자 모두 무혐의 처분했으나 고발인측의 항고로 사건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와 사업가 정대택씨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취소하고 이들을 재판에 넘겨달라는 내용의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는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지방검찰청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절차다.

백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법률가의 양심에 따랐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검찰은 환골탈태해 명품 뇌물 범죄를 재수사하고 피의자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김건희씨에게 무혐의를 주려고 검찰이 여러 가지 법 기술을 부렸다고 본다”면서 “끝까지 법적 조치를 할 것이고 관련자들을 재고발하는 부분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명품가방을 김 여사에게 건넨 최재영 목사도 “무혐의 처분에 너무나 분노스럽고 납득이 안 간다”며 “항고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의소리측이 이날 공개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에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는 범죄가 인정되지 않아 혐의가 없고, 뇌물수수와 증거인멸은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 없다”고 적시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선물은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이같은 처분에 불복해 서울의소리가 항고함에 따라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두 번의 수사심의위원회까지 거쳐 불기소 처분한 만큼 서울고검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소리는 서울고검에서도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재항고, 재고발 등의 법적 절차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남아 있다. 조국혁신당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그동안 공수처는 검찰의 처분을 보고 사건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수사를 미뤄왔다. 검찰이 김 여사 등을 불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은 만큼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