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제2 독립기념관 … 충청권 반발

2024-10-08 13:00:02 게재

경기도 이어 정부도 건립계획 밝혀

위상·명칭 논란 … 국감 쟁점 부상

윤석열정부와 경기도가 제2의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나서자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기념관에 대해 “친일 뉴라이트 기념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윤석열정부의 역사 편향성 논란에 대응해 김동연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과 관련, 이르면 올 연말쯤 관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실무적인 검토 중이며 빠르면 연말에 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예산 편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역대 독립기념관장 등과 간담회 지난 9월 26일 도담소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삼웅(제7대) 한시준(제12대) 전 독립기념관장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앞서 김동연 지사는 경술국치일인 지난 8월 29일 이종찬 광복회장 등을 만나 “쪼개진 광복절 행사를 보며 안타까웠다. 경기도가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들고 독립운동 선양에 앞장서겠다”며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6일엔 역대 독립기념관장들도 김 지사와의 간담회에서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사업을 지지한다며 힘을 실었다. 다만 천안 독립기념관의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광복회와 협력해 명품 독립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프랑스에 레지스탕스 기념관이 백몇십개 있다”며 “수원의 김향화라는 기생 독립운동가 등 지역에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도 경기도 기념관에 담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의 독립 스토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발굴해서 추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도 제2독립기념관 건립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28일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별도로 서울에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무장투쟁 및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에 비해 교육 문화 분야 등 국내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미흡하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야당과 역사학계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뉴라이트 기념관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당장 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부터 최근 독립기념관장, 역사·국책기관장 등에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독립기념관조차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건립하려 한다”며 “보훈부가 설계비(4억3900만원)만 넣어놨는데 예비타당성 검토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상돈 천안시장 기자회견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지난달 3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독립기념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천안시 제공

현재 독립기념관이 위치한 충남 천안 등 충청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독립운동에 관한 자체 선양시설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전 국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천안 독립기념관의 대표성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법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의 주된 사무소를 둘 장소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돼 있고 현 정관에 따르면 ‘기념관의 주된 사무소는 충남 천안시에 두고 필요한 곳에 분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정부가 운영하는 분사무소는 둘 수 있지만 주된 사무소는 명확하게 천안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의 주된 사무소가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계획대로 서울에 제2 독립기념관을 건립할 경우 현실적으로 주와 부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명칭도 문제다. 정부가 아닌 지자체 민간 등이 기념관을 건립·운영할 때는 ‘독립기념관’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게 천안시 주장이다. 이 때문에 현재 지자체 등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념관의 명칭은 대부분 ‘독립운동기념관’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서울과 천안이 멀어 독립기념관을 새로 짓겠다고 하는데 천안은 수도권에서 결코 멀지 않다”면서 “또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수도권에 새로 독립기념관을 짓겠다는 것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곽태영·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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