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 예타면제 85%, 일몰연장 3회이상 78%
고삐 풀린 감세정책…“한번 도입되면 축소·폐지 어려워”
조세특례 평가 ‘일몰 연장’만 수용, ‘폐지’는 모두 불수용
감세 속도가 제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몰이 다가와도 대부분 연장되고 새롭게 생겨나는 감세 항목도 늘어만 가기 때문이다. 법적 통제 장치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감세에 대한 예비타당성 면제와 일몰 연장은 관행화됐다는 평가다.
10일 정부에 국회 제출한 ‘2025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총 조세지출 항목은 280개로 올해 276개에 비해 4개가 늘었다. 14개가 줄고 18개가 추가됐다. 조세지출이란 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적용 또는 과세이연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을 말한다.
이미 폐지됐지만 종전 규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조세지출이 발생하는 ‘경과규정에 따른 조세지출’을 빼면 조세지출항목은 231개에서 239개로 8개가 늘어나게 된다. 이중에서 일몰이 있는 항목은 144개에서 151개로 증가했다.
◆5년간 29건 중 21건, 예타 면제 = 조세감면 혜택은 만들기가 수월한데 반해 없애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대규모 감세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는 면제되기 일쑤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까지 5년간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는 대상 사업 29건 중 21건에 달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8건과 7건 중 87.5%인 7건, 85.7%인 6건이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를 받았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따르면 △경제·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도입하려는 경우로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사항 △남북교류협력에 관계되거나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항 △국제대회나 국가행사 등 지원 기간이 일시적이고 적용기한이 명확하여 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다. 이중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목적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 정도로 정부의 임의 적용이 가능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 규정에 따라 내년 세금감면 정책 중 대규모 세수가 줄어드는 △통합투자세액공제 증가분 공제율 상향 △통합고용세액공제 제도 합리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결혼세액공제 신설 △맞벌이가구 근로장려금 소득상한금액 인상 △자녀세액공제 금액 확대 등이 예비타당성 면제조치를 받았다.
◆일몰 3회 이상 연장된 항목 151개 = 반면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구조조정이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조세특례 일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조세지출 예산서’의 항목 중 경과조치에 따른 조세지출은 제외하고 근거 조항, 신설 시기, 일몰기한 등에 따라 세분화해 총 280개 항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몰기한이 있음에도 10년 이상 적용되고 있는 항목이 110개로 일몰기한 있는 항목의 약 66.7%를 차지했다. 일몰기한이 있는 조세지출 항목 165개의 일몰 연장횟수 분포를 살펴보면 신설 이후 일몰이 한 번도 도래하지 않은 항목 14개를 제외하고 3회 이상 연장된 항목 수는 118개로 151개 중 약 78.1%에 달했다.
이미 조세지출 제한은 무력화된 지 오래다. 2007년부터 조세지출의 확대로 인한 세수손실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국세감면율 한도제는 유명무실하다. 국세감면율이 내년까지 포함해 3년 연속 법정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법에선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세특례의 무분별한 신규 도입과 관행적인 일몰 연장을 예방하고, 조세특례에 대한 성과평가를 통한 효율적인 제도 정비를 목적으로 2015부터 시행한 조세특례평가제도 역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특례 중 연간 조세특례금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세특례의 경우 의무적으로 외부 전문 조사·연구기관을 통해 평가를 실시하는 조세특례 의무심층평가 결과 역시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심층평가 결과의 환류 현황을 살펴보면, 항목별 조세특례 심층평가 결과가 ‘일몰기한 연장’인 경우는 대부분 정부안에 반영됐지만 제도의 축소·재설계 등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결과일수록 그 환류 정도가 낮았다. 지난해의 경우 일몰도래 항목의 ‘단순・확대 연장’ 의견은 모두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된 반면 ‘축소・폐지’니 ‘제도 재설계’ 의견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및 사회·복지 분야 조세지출 확대 등 정책수단으로서 조세지출의 활용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조세지출은 한번 도입되면 이해관계자를 형성하여 축소·폐지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 세입기반을 약화시켜 재정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