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불출석 재판 아닌데 벌금형 선고 ‘위법’
대법 “소송절차 위반” 파기 환송
절도죄 사건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자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소송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인데도 변론을 종결한 것은 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피해자의 집에서 시가 5000원 상당의 장식용 조약돌 수십 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A씨가 항소심 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소환장을 송달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해 증거조사 등 심리를 마치고 변론을 종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소송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은 경미사건 등과 피고인의 불출석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제277조 제1호)에 대해선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원칙적으로 개정하지 못하며,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은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며 “다만 법정형이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해 중형선고의 가능성이 없는 사건에서는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적용되는 형법 제329조(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불출석 재판이 허용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기 환송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