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3명 공석 현실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 임기 6일 남아
이진숙 위원장 탄핵사건 등 모두 정지
헌법재판관 3명의 임기가 6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이른바 ‘헌재 10월 마비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와 헌법재판연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날 주요 쟁점은 헌재 기능 마비다. 오는 10월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소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3명의 후임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퇴임하는 3명은 국회 선출 몫이다. 이종석 소장은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김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 이 재판관은 과거 원내교섭단체였으나 현재는 사라진 바른미래당이 각각 추천해 선출됐다. 관례상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은 여야가 1명씩,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했다.
국회 몫 재판관 3인 선출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해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하면 한 명도 선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하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의석수대로 민주당이 과거 바른미래당 몫까지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은 “헌정질서를 마비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한다. 반면 민주당은 ‘정당한 추천권 요구’이며 다른 정치적 의도나 계산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통상 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절차에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할 때 이미 마지노선을 지나 공백은 현실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소장 등 재판관 3명 임기가 오는 17일이므로 6일밖에 남지 않았다. 3명이 퇴임하면 재판관 6명이 남는다. 헌재법에 따라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선고는커녕 변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당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손준성 검사 탄핵소추 사건, 사형제 관련 형법 조항과 연명치료 중단 관련 연명의료결정법 사건, 각종 권한쟁의 사건 등 주요 현안이 쌓여 있다. 재판관 3명의 공백이 현실화되면 이들 주요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의 평의가 중단된다. 특히 탄핵 사건의 경우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권한이 정지돼 업무 공백까지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국정감사 기간인데다 쟁점 법안들에 대한 여야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공백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재 내부에서는 정치적 사건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헌재 사건처리 지연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 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미제사건 등 처리에 집중했고, 헌재 통계상 지난해 11월 30일 기준 1544건이었던 누적 미제사건은 지난 8월 31일 기준 1215건으로 약 21% 줄었다. 하지만 헌재 업무가 멈춰서면 사건 적체는 다시 심화할 수밖에 없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헌재 재판관 선출을 미루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헌법재판관 3명 공백 사태가 계속될 경우 주요 탄핵 사건은 물론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도 모두 중단돼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감장에서 오히려 의원님들에게 하루 빨리 재판관을 선출해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