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7 : 통영 두미도 숲길

현대판 해적에 시달리는 ‘미륵이 머물다 간 섬’

2024-10-11 13:00:17 게재

통영의 섬 두미도에는 단 한순간도 바다 풍경을 놓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섬길이 있다. 백섬백길 6코스인 두미도 숲길이다.

섬 둘레길은 많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히 바다 풍경이 계속되는 길은 흔치 않다. 두미도 숲길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만들어졌다.

섬의 흥망성쇠를 직접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사진 섬연구소 제공

북구마을에서 출발해 고운 설풍 덕리 순천 대판 청석 남구(구전) 사동 등을 차례로 지나 다시 북구마을로 돌아오는 9.4㎞의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폐촌이 된 마을이 절반이나 되지만 섬의 흥망성쇠를 직접 느끼며 걸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두미도(頭尾島)의 원래 이름은 둔미도(屯彌島)였다. ‘미륵이 머물다간 섬’이란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기사에도 둔미도(芚彌島)란 이름이 등장한다.

1937년 두미도의 감로봉에서는 통일신라시대 금동여래입상이 발견되었다. 불상은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회수돼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신라 때 이미 이토록 작은 섬에 금동불상을 모신 큰 절이 있었다니 놀랍다.

근래 두미도에는 ‘스마트워크센터’라는 섬택근무지가 생겼다. 옛 어민회관을 리모델링해 육지의 관공서 직원들이 순환 근무하게 만든 사무실이다. 이런 시설이 쇠락해 가는 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런 시설이 섬을 되살아나게 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섬사람들은 여전히 바다가 생계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본업인 수산업이 되살아나야 섬도 살 수 있다. 하지만 두미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바다에 생산되는 수산물을 해적들에게 약탈당하며 살아왔다.

두미도 주변 해역에서 자라는 마을 어장의 자연산 전복, 해삼은 두미도 주민들의 재산이다. 그런데 두미도 주민들은 무려 지난 삼십년 동안 전복, 해삼에서 단 한 푼의 수익도 얻지 못했다. 외지의 불법 잠수기 업자들이 숨어들어와 전복 해삼을 훔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경은 눈앞에서 해적선이 약탈해 가는 것을 구경만 했다”고 두미도 주민들은 증언한다. 두미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통영의 다른 섬 연대도나 추도의 마을 어장들도 해적들에게 털리긴 마찬가지다. 어민들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해경이 직무유기를 한 탓이 크다.

해적질에 시달린 두미도 어민들은 7년 전부터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전복, 해삼, 소라 등의 치패를 방류해서 양식을 하고 있다.

두미도 북구마을 어촌계에서는 7년 전 해삼 3억원(마을 자부담 10%), 전복 1억원(자부담10%)어치를 방류했다. 두미도 바다에서는 해삼보다 전복이 더 잘 자란다. 5-7cm 크기의 전복 치패를 넣으면 3년이면 성패로 자라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미도 주민들이 4억원어치의 전복, 해삼 방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은 4천만 원에도 못 미쳤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던 것일까? 정부 보조금을 받아 두미도 바다에 키운 전복, 해삼마저 불법 잠수해적들에게 약탈당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역시 해경들은 “여전히 손 놓고 구경만 했다”고 주민들은 탄식한다. ‘스마트워크센터’같은 시설을 만들어 섬가꾸기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섬택 근무센터 건물 하나가 섬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섬 주민들의 진짜 생계터전인 바다를 지켜주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 해적들에게 약탈당하고 있는 전복, 해삼 등을 지켜주는 일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

근본문제는 도외시한 채 새로운 시설 하나 지어주고 섬살리기 한다며 언론플레이나 한다고 섬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