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자료유출’ HD한국조선해양 유죄 확정
“경제적 유용성·비밀관리성 있는 기술자료”
원심 “하도급법 위반” … 대법, 상고 기각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중소 하청업체의 기술자료를 경쟁 하청업체에 유출한 HD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에 대해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에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 이 회사 직원 A씨, 해당 자료를 경쟁업체에 제공한 B씨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HD한국조선해양 직원들은 현대중공업 시절인 2015~2016년 회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자 일부 품목 하청업체 이원화를 통한 경쟁을 유발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중소 하청업청인 D사에 품질관리를 이유로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피스톤 관련 기술자료(검사표준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 등)를 요구하고, 넘겨 받은 자료를 경쟁사인 다른 하청업체 E사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자료에는 D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정 순서, 공정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은 D사와의 거래에서 피스톤 가격을 인하했고, 최종적으로 거래 업체를 아예 E사로 변경했다.
검찰은 기술유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HD한국조선해양과 임직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HD한국조선해양 직원들이 넘긴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기술자료란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 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등으로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관리성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사건이 알려진 직후 조사에 나서 지난 2020년 7월 HD한국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9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재판에서 D사로부터 받은 자료들이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품질검증을 위한 정당한 사유로 해당 자료를 요구했다”고 했다.
1·2심 모두 HD한국조선해양이 E사에 유출한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D사에 요구한 자료는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피해 회사의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됐고 이런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하도급법상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