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광주·제주…전국 ‘한강’에 들썩

2024-10-14 13:00:01 게재

광주·전남, 박람회 등 기념행사

제주도 “4.3 세계에 각인 계기”

경기선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한 작가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 고향인 광주·전남에선 기념관 건립, 문학박람회가 추진되고 제주에선 한 강 작가가 4.3을 다룬 작품을 펴낸 점을 강조하며 축하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열리는 책 축제에 ‘한강 특별전’이 마련되고 전국 서점가가 북적이는 등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한 강 작가가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곳곳에 노벨문학상 수상 환영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 종로구 제공

14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선 한 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과 축하 행사 등이 펼쳐진다. 우선 전남도는 해마다 문학박람회를 만들 계획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1일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를 기념하는 ‘전라남도 문학박람회’를 해마다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이 조선시대 윤선도 정 철 김인후 선생부터 김남주 조정래 이청준 김영랑 박화성 한승원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정신적 토양이자 지평을 넓혀온 문학의 고장임을 알리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박람회를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승원 작가의 고향인 전남 장흥에선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 김 성 장흥군수는 지난 11일 한 작가 집필실인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녀 작가의 기념관, 한승원과 한 강 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해 문림 의향의 고장인 장흥을 더 드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시는 축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작가는 광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4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내 광주의 아픔을 알렸다. 광주시립도서관 등에서 ‘시민과 함께 한강 읽기’를 추진하고 지난해 개관한 광주문학관을 활용해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마춤랜드’에서 열린 ‘경기 다독다독 축제에 마련된 ’한강 작가 특별전시 코너‘ 모습. 사진 경기도 제공

제주에서도 제주4.3의 비극을 다룬 한 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까지 마감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도청 누리집에 “‘작별하지 않는다’로 전한 제주4.3의 아픔, 화해, 상생의 가치 이제 세계가 공감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가 담긴 알림창을 게시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 “한강 작가는 수상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대담에서 방금 당신을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겠냐는 질문에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며 “4.3이 문학 분야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인에게 각인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의 자택이 있는 서울 종로구와 주민들은 곳곳에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 종로구에 따르면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촌 책방에는 주말동안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통인시장 청운효자동 통인정자 등도 축하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주민들로 붐볐다.

전국 책 축제마다 ‘한강 작가 특별전’이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는 책 읽는 서울광장, 광화문 책마당, 책읽는 맑은냇가 3곳에 ‘한강 작가 특별전’을 마련했고 경기도도 지난 12일 안성시 안성맞춤랜드에서 개최한 ‘경기 다독다독 축제’에 ‘한강 작가 특별 전시코너’를 마련했다.

경기도교육청 누리집 자유게시판 화면 캡쳐

이런 가운데 경기도에선 일부 학교도서관에서 한 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도서로 분류돼 폐기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며 “그 결과 학교에서 약 1500권을 학교도서관에서 폐기했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이 1개 학교에서 2권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이 특정도서를 유해도서로 지정하고 폐기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학교에 폐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담긴 관련기사 링크는 참고용으로 제공했을 뿐 특정도서 폐기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도서관위원회가 결정했다고? 소가 웃는다’ ‘핑계가 더 가관’ 이라는 등 비판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곽태영 김진명 방국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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