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한 대표, 내주초 독대 ‘정국 분수령’

2024-10-14 13:00:02 게재

‘인적쇄신론’ 제기 한 대표, 일주일 새 4번 직격탄

‘재보선 책임론’ 향방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 해석

대통령실 ‘부글’ … ‘김여사 라인’ 쇄신 수용 주목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내주 초 독대를 할 전망이다. 친한동훈 측 핵심 인사는 1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선거 후 한번 더 조율을 거쳐야겠지만 내주 초 정도가 유력해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 한 대표가 나흘 새 3번이나 김건희 여사를 겨누자 독대 무산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당정갈등 최악의 시나리오, 공멸은 막자는 위기감이 구심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까스로 독대가 성사되는 분위기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험악하게 흐르고 있다. 당내에선 한 대표의 ‘직격탄’과 관련해 친윤과 친한의 공방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다음 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2일에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에는 아예 김 여사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4번째 직격탄을 때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가)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런 분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들께서 오해하시고 언론에서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게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사과와 근신, 기소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대통령실 인사 문제를 거론했고, 이제는 김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대통령실 내 이른바 ‘한남동 라인’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친윤계에선 당장 반발이 터져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고 한 대표를 맹공했다. 권 의원은 “김영삼정부, 노무현정부 모두 당정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면서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에선 한 대표 발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최저치를 찍는 현 상황에 이른 데에는 김 여사 리스크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이른바 한남동 라인) 축출을 포함한 김 여사에 대한 모종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이 인사라인이 아닌 엉뚱한 선에서 제기된 예를 들며 “대통령실 기강이 무너진 사례”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내부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조사를 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맞는데 오히려 이관섭 비서실장은 그만두고 나갔고 언론플레이를 했던 참모들은 버젓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취임하고 일성이 비서들은 정치하지 말라였다”면서 “정 실장의 비서정치 하지 말라는 군기잡기는 실패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압박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쾌함이 가득 밴 침묵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대통령실에선 최근 한 대표가 10.16 재보선과 독대를 앞두고 김 여사와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을 높이고 있는 데 일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 만약 한 대표의 도발에 응수했다가 당정갈등 프레임이 다시 한번 고조된다면 향후 재보선 결과 책임론이 온전히 당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 한계도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깡패 아니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때문에 일단 참는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의 시선은 다시 한번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일합을 겨루는 독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날 독대에서 그동안 제시해온 처방들을 수용하라고 요구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형선·박소원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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