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종말” 말폭탄 쌓는 남북
북 “국경부대 사격준비”
남 “북, 전쟁 못일으켜”
무인기의 평양 침투로 남북한 간 거친 언사가 오가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무인기 침투 재발 시 “끔찍한 참변”을 언급했고, 남한은 이 경우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군 당국이 군사분계선 일대 전방 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고 13일 밝히자 합동참모본부는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맞받았다.
남북이 주고받는 말폭탄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16일 한국을 방문한다. 미 국무부는 이날 "캠벨 부장관이 서울에서 한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반도 관련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공유된 우려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3일 “국경선 부근의 포병연합부대들과 중요 화력 임무가 부과돼 있는 부대들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출데 대한 12일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예비지시가 하달”된 사실을 공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 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시키고 각종 작전보장 사업을 완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북한은 11일 밤 발표한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지난 3·9·10일 심야에 평양 상공으로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이 대응 준비에 착수했다”며 “모든 공격수단들이 즉시 활동 수행 태세를 갖추게 된다”고 밝힌 바 있어, 그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인민군 총참모부의 발표 1시간 뒤 별도 담화를 내어 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각종 막말을 동원해 불쾌감을 드러낸 뒤,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성 대변인도 담화를 통해 “무인기 도발에 한국군부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인기가 다시 한 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무인기를 누가 보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무인기를 보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질의에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긴급회의 뒤 군 당국의 공식 답변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바뀌었다. 국방부는 북한에 한국의 ‘패’를 보여주거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내부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려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날선 반응에 대해서도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부 통제용’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3일 KBS 인터뷰에서 누가 무인기를 보냈는지를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흔들리고 있는 내부 통제를 (위해) 다시 긴장을 고조시킨 것”이라며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거 같으면 전쟁은 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시각과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소 교수는 무인기 평양 침투가 “북한의 자작극이든, 남한 민간단체가 보낸 것이든 중요한 것은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면서 “지금은 정부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와 상황관리에 더욱 집중해야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