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이스라엘에 사드를 배치할까

2024-10-15 13:00:01 게재

더힐 BBC 등 집중 조명

미군, 더 큰 위험에 노출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중동정세 속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어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과 ‘BBC’ 등이 미 국방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해 다뤘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사드 배치를 승인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방어하고 이스라엘 내 미국인을 보호하겠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조치는 이란 및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몇 달간 미군이 취한 광범위한 조정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드배치 결정은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이란은 지난 4월 13일과 10월 1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탄도미사일을 무더기 발사했다. 4월 공격 때는 ‘아이언돔’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다층 미사일 방공체계에 의해 미사일의 99%가 요격돼 거의 피해가 없었다. 10월 공격 때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부분 요격했고 이란 공격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발표는 전혀 달랐다. 90% 이상이 명중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 실제로 이스라엘 공군기지 등에 타격을 입힌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90% 이상 명중하진 않았더라도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스라엘 방공망에 허점이 드러났고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사드배치를 결정하게 된 근본적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사드배치는 이스라엘 방공시스템을 강화하지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당장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미군 장병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 힐’은 14일자 보도에서 사드포대와 이를 운용할 미군 100명을 배치하는 것은 이스라엘 안보를 강화하지만 잠재적으로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군 함정이나 전투기 등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간접지원 방식이 아니라 사드 시스템과 군인을 직접 이스라엘에 배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더 힐은 유진 핑겔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의 말을 빌어 사드배치가 이란에 대한 방어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극단적인 조치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 힐은 트리타 파르시 퀸시연구소 대표이사가 소셜미디어 X에 “(바이든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전쟁에 몰아넣었고 불필요하게 미국 군인들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했다”며 사드배치를 결정한 바이든을 비판한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국 BBC도 “이스라엘에 이미 소수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약 100명의 병력을 새로 배치한 것은 확대되고 있는 지역 전쟁에 미국이 더욱 개입하게 된다는 신호이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사드 배치가 이스라엘의 방공망에서 발견된 격차를 메우기 위한 미국의 비상 계획의 일환인지, 아니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워싱턴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동전에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갈수록 위험해지는 이스라엘의 극단적 행동을 저지하기 위함인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BBC도 2019년 훈련을 위해 이스라엘에 사드가 잠시 배치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훈련 외의 목적으로 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조치가 미군에 더 큰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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