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틀렸다, 객관적 현실이라 믿는 정보의 환상

2024-10-14 13:00:04 게재

반쪽 정보만 얻을수록 확신에 차서 결정 내려

나의 관점만이 객관적이라는 ‘순진한 실재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해마다 정책 국감을 외치지만, 어김없이 정쟁만 가득한 정치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의 설전과 충돌이 이어지고 동일한 자료인데도 내세우는 주장이나 해석이 180도 다른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왜 그럴까. 동일한 사실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은 비단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야 힘겨루기, 대선, 탄핵 등 복잡한 정치 셈법을 거둬내면 의외로 본질은 비슷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정치 국감에 대한 비판이나, 거창하게 정치공학적인 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 제시는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틀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환경 문제가 복잡해질 수록 새로운 사실을 융합적으로 살펴보는 통찰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 모습.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14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논문 ‘정보 적절성의 환상’에 따르면, 사람들은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에 대한 자신의 이해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는 △헌터 겔바흐 미국 존스홉킨스 교육대학교 교수 △칼리 D. 로빈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앵거스 플레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연구진은 온라인 설문 플랫폼인 프로리픽(Prolific)을 통해 미국 내 참가자 1501명을 모았다. 주의력 검사 조사를 한 뒤 1261명 표본을 추렸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9.8세였다. 중간 교육 수준은 대학 3년이었다. 남성 참가자의 71%는 백인이었다. 정치적 성향은 △진보주의자 651명 △보수주의자 356명 △중도주의자 254명 등이다.

연구진은 1261명을 3그룹으로 나눠 지하수가 고갈되는 지역에 있는 학교가 수자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읽도록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다른 위험이 있지만, 물이 충분한 다른 학교와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글을 제공했다. 이 글에는 다른 학교와의 통합의 이점을 설명하는 세 가지 주장과 중립적인 정보가 포함됐다.

두 번째 그룹의 경우 미래에 더 많은 비가 내리길 바라며 현재 위치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담은 이야기를 읽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이점에 대한 세 가지 주장과 중립적인 정보가 제시됐다. 세 번째 그룹에게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주장이 모두 들어간 글을 제공했다.

역설적이게도 한쪽의 이야기만 담은 글을 읽은 그룹들이 자신들이 내린 결론에 더 큰 자신감을 표현했다.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세 번째 그룹보다 학교가 합병돼야 하는지 아니면 분리돼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에 더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아가 이들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들이 읽은 글의 권장 사항을 따를 걸로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편향된 글을 읽은 그룹에게 다른 주장을 담은 정보를 제공했을 때 마음을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본인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여기는 걸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엄청난 양극화와 모호한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러한 겸손함과 그에 상응하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가 판단을 내리기 전에 다른 사람의 관점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와스모어대학의 배리 슈워츠 심리학자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종종 잘못된 믿음에 자신감을 갖고 있더라도 적어도 잠재적으로 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사회심리학의 ‘순진한 실재론(Naive Realism)’ 개념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 1990년대 프린스턴대학의 에밀리 프로닌과 스탠퍼드 대학의 리 로스에 의해 등장했다. 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갈등 해결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순진한 실재론은 개인이 자신의 주관적인 현실 인식을 객관적 진실로 여기고 다른 합리적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볼 걸로 믿는 심리적 경향이다. 만약 타인의 견해가 자신과 다를 경우 상대방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며 △편견이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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