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처럼 법령 익히고, 문화예술로 치유

2024-10-15 13:00:18 게재

성동구 딱딱한 교육·강의 대신

재미 더한 콘서트로 청렴의식↑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사돈의 팔촌, 직계 존비속?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입니다.” “공직자의 부패행위를 신고해서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최대 얼마일까요? 일단 많아요.”

성동구가 딱딱한 청렴교육 대신 문화예술을 접목한 청렴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참가한 직원들이 휴대전화로 문제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청소년수련관 무지개극장. 무대 위 진행자가 문제를 던지자 객석에 앉은 120여명이 휴대전화를 붙들고 분주하게 손을 움직인다. 몇명이 정답을 맞혔는지, 누가 어떤 오답을 택했는지 화면에 띄워진다. 여기저기서 짧은 탄식과 웃음이 이어진다. “배우자 이외에 다른 가족이 금품 수수 등을 할 경우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거나 “30억원이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외국은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설명 뒤에 금세 분위기가 바뀐다. 영화 속 대사만으로 제목을 맞히는 게임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15일 성동구에 따르면 구는 딱딱한 교육이나 강의 대신 문화예술을 접목한 ‘청렴콘서트’를 진행해 직원들 호응을 얻고 있다.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 공직자들이 숙지해야 할 법령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여형 게임과 문화예술 공연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구는 “지난해부터 콘서트 형태로 바꿨는데 지난 6월 자체 설문조사에서 청렴도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꼽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에 개최했는데 미처 참석하지 못했던 직원들 요청에 ‘급전’을 마련, 추가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두차례에 걸친 콘서트에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까지 총 300명 가량이 참석했다. 올해 새롭게 임용된 새내기가 중심이 됐다. 짤막한 청렴특강에 이어 문제풀이식으로 관련 법령을 학습하고 영화나 음악을 매개로 한숨 돌리는 휴식이 주어졌다. 웃고 떠들며 문제 25문항을 푼 뒤에는 오페라와 대중음악을 접목한 흥겨운 팝페라 공연이 30분간 펼쳐졌다. 정답률이 88%에 달했던 직원도 청탁금지법을 ‘부정청탁법’이라 적었던 공무원도 ‘떼창’을 부르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떨쳤다.

콘서트 형태 교육에 대한 직원들 만족도는 ‘매우만족’이 72%에 달한다. 청렴의식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도 62%가 ‘매우만족’, 36%가 ‘만족’이라고 답했다. 올해로 두번째 청렴교육에 참여했다는 이동규 총무과 주무관은 “지루한 강의같은 교육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형태라 여운이 남는다”며 “법령이 헛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추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청렴콘서트처럼 ‘일상에 스며드는 청렴 감수성’을 목표로 ‘청렴을 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청렴, 마음에 품다’ ‘청렴, 생각에 품다’ ‘청렴, 소리에 품다’ 세가지 분야다. 구 관계자는 “수필 공모전 수상작과 수상한 직원이 추천한 음악을 연계해 공유하거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갑질’과 ‘을질’ 등 궁금증을 유발하고 자발적인 참여율을 높이는 형태라 호응이 크다”고 설명했다. 참여한 직원들 역시 “작지만 큰 이벤트같은 느낌이 들어 재미있다” “청렴이라는 주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니 한결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온다”는 평을 내놓는다.

성동구는 직원들 반응에 힘입어 그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청렴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청렴은 공직자가 품어야 할 기본자세로 일상에 스며든 공기 같아야 하며 끊임없는 성찰과 정화가 필요하다”며 “공정하고 청렴한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 개개인의 청렴의식 확산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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