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나’ 연구자들 노벨경제학상
“민주주의가 경제번영에 유리”
중국사례는 여전히 도전과제
어떤 나라들은 부유해지는데 다른 나라들은 가난할까.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이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답은 ‘제도가 중요하다’이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다론 아제모을루(57)와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로빈슨(64)에 돌아갔다. 전세계 국가들 간 경제적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디딤돌을 놓은 공로다.
아제모을루는 튀르키예, 존슨은 영국 출신으로 둘 다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로빈슨은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는 2012년 발간된 ‘국가는 왜 실패하나 : 권력 번영 빈곤의 기원’ 공동저자다. 존슨 교수는 2007년 3월부터 2008년 8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냈다.
이들 연구는 식민지 역사에 기반한다. 구체적으로 국가적 경험이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각기 다른 방향, 예를 들어 재산권 보호 또는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는 방법 등이다.
3명의 수상자들은 지난 4반세기 동안 발표한 일련의 논문과 저서에서 왜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번성한 반면 시에라리온과 우즈베키스탄, 북한 등은 그렇지 못했는지를 탐구했다. 연구의 핵심은 이같은 다른 결과들이 지리나 문화의 차이에 의한 게 아니라 그같은 나라들에서 발전시킨 제도들 때문이라는 점이다.
WSJ는 “이들의 결론을 요약하면 민주주의가 장기적으로 경제를 번영시키는 데 낫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독재정부가 원자재·노동력 등 자원을 활용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독재체제는 일반적으로 혁신에 실패한다고 본다. 혁신은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전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수상 발표 후 “독재정부의 경제성장은 불안정하고 혁신에 이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최근 경제성과는 그간 우리의 광범위한 연구에 도전과제”라며 “민주주의국가들은 현재 힘든 시기를 헤쳐가고 있다. 더 나은 지배구조를 위한 더 높은 기준을 회복해 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는 왜 실패하나’에서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 남부와 멕시코 소노라주에 걸쳐 있는 ‘노갈레스’라는 두 도시를 조명했다. 국경 양쪽의 대부분 사람들은 조상과 문화, 기후 등을 공유하는 동일한 민족이지만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그 반대쪽 사람들보다 훨씬 잘 산다. 저자들은 “그같은 경제적 차이는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제도들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며 “미국의 재산권은 보다 안정적이다. 애리조나 노갈레스에 사는 주민들이 법률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 역시 안정적이다. 그 결과 그들은 멕시코 소노라주에 사는 사람들보다 부유하다”고 주장했다.
아제모을루와 존슨 로빈슨 교수들의 연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 사이에 이같은 제도적 차이가 전세계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 연구의 핵심은 포용이나 착취냐로 갈린다. 성공한 국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제도들이 ‘포용적(inclusive)’이다. 정치와 경제가 서로를 지원한다. 교육제도와 시장경제, 금융시스템 등 포용적인 제도들은 국민의 경제 참여를 북돋운다. 포용적인 정치체제는 경제적 힘이 두루 공유되도록 하면서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반면 ‘착취하는(extractive)’ 정치경제 제도는 악순환을 만든다. 국가가 지원하는 엘리트들이 경제권력을 독점한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들은 경제활동 참여를 꺼린다. 자신의 땀으로 만든 산물이 임의적으로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 연구는 경제학 역사에서 가장 거대하면서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 왜 일부 국가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역사적 기준 대비 매우 부유해지는데, 다른 나라들은 뒤처지는가다.
1776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이라는 책을 통해 학문으로서 경제학의 기초를 놓았다. 스미스와 그의 많은 후계자들은 노동분업과 무역개방을 경제번영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수십년 동안엔 제도경제학이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올해 수상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더글러스 노스는 1993년 노벨상을 받았다. 제도적 변화가 경제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역사적 관점을 제공한 공로였다.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가 그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와 방법론이다.
3명의 경제학자들은 1990년대 말 조우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미국과 호주 등 유럽의 일부 식민지들이 번성한 반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들은 그렇지 못했는지였다. 핵심은 식민지 주민들이 세운 제도들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 변수를 찾는 것이었다.
존슨은 이를 찾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반년 동안 역사책과 지도책을 들여다보며 보냈다. 수많은 잘못된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유럽인들이 각기 다른 식민지에서 경험한 사망률의 차이에 생각이 미쳤다.
3명이 쓴 논문은 2001년 출간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 등 치명적인 질병이 덜 발생한 곳에서 더 많은 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포용적인 제도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는 공동의 번영을 위해 일하고 투자할 유인책을 제공했다. 반면 치명적 질병이 잦은 곳에선 짧은 기간 더 많은 결과물을 일궈내는 데 따른 리스크를 지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논문은 “그같은 차이가 식민지 간 경제번영의 차이를 낳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식민지들이 독립을 되찾는 후에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존슨 교수는 “그 논문은 우리 셋이 처음 쓴 논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실제 추동케 한 논문이었다”고 말했다. 아제모을루는 “우리의 연구는 빈곤과 번영의 역사적 기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오늘날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믿는다”며 “이번 노벨상이 더 나은 제도를, 더 나은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데 기여한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긴급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