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아내를 대하는 노무현과 윤석열의 차이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김건희 여사로 인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 강화와 경제영토 확장에 중요한 아세안 정상회의를 다녀왔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대통령의 국정보다 김 여사 관련 논란 쪽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건희 국감’을 전면에 내걸고 총력공세를 펼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민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공정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시 김 여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반영하느냐’고 물은 결과 68.9%는 ‘함께 반영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만 평가한다’는 답변은 27.9%, ‘잘 모르겠다’는 3.2%로 집계됐다.(전국100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에서 수습책으로 김 여사 사과를 거론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로 보면 그 효과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김 여사가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사과할 경우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용하지 않겠다’ 56.4%, ‘수용할 의향이 있다’는 34.8%로 나왔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불수용’ 결과가 높다. 연령대별로도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불수용 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
여론조사 지표만 보면 이른바 분노현상(Angry Mode)에 접어들고 있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잘하거나 못하거나’ 또는 ‘좋거나 싫거나’로 구분된다. 그렇지만 분노는 다른 차원이다. ‘정권탄핵’이나 ‘임기단축’으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위태로운 국면이다.
아내 논란 정면으로 받아친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아내에 대한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6.25 전쟁 당시 좌익 활동을 한 장인에 대한 이인제 후보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노 후보는 연설에서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는 발언으로 이념공세를 맞받아쳤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아내를 걸 정도로 진정성 있는 답변을 통해 경선 흐름을 바꿔놓았다. 노무현정권 5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형과 관련된 스캔들은 있었을지언정 권양숙 여사 문제로 논란을 빚는 일은 없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논란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경로 변경 의혹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파동 △해외순방 시 명품점 방문 △관저 공사 수의계약 △학위논문 표절 의혹 △명태균 및 김대남씨와 관계 △마포대교 시찰 과잉경호 문제 △국민권익위원회 무혐의 발표와 검찰의 수사 특혜 의혹 등 지금 제기되고 있는 김 여사 관련 논란은 열손가락으로도 세지 못할 정도다.
분명 지나친 점도 있다. 의혹인지 사실 인지 여부가 규명이 되어야 하는 사안이지만 어느새 김 여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논란의 진원지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로 윤 대통령의 약한 연결고리인 김 여사를 두들겨 탄핵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정치공세라는 주장도 일견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국정동력에 치명적인 부담이 되고 있는 ‘여사 논란’은 해소되어야 하는 최우선 과제다.
빅데이터에서 확인되는 김 여사에 대한 분노현상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은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지난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김 여사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의혹’ ‘논란’ ‘범죄’ ‘비판’ ‘국정농단’ ‘우려’ ‘혐의’ ‘갈등’ ‘특혜’ ‘진상’ ‘금품’ ‘표절’ ‘불법’ ‘뇌물수수’ ‘무책임’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단순히 부정적 평가를 뛰어 넘어 분노현상이 유발되고 있었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비율을 보면 긍정은 고작 9%밖에 되지 않고 부정비율은 무려 89%에 이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내를 구하는 해결책은 ‘아내를 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아내는 살았고 자신도 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를 살리는 돌파구 역시 분명해 보인다. 부부의 결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