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3명 공석 언제까지?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오늘 퇴임
여야 재판관 선출 놓고 줄다리기
헌법재판관 9명 중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3명이 오늘(17일) 퇴임하면서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어 공백이 장기화될지 주목된다.
3명 모두 국회 선출 몫이어서 여야의 합의만 이뤄지면 급속도로 진행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7일 오전 11시 대강당에서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 퇴임식을 가졌다. 당분간 헌재 ‘6인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여야는 국회 몫 재판관 3명 선출 절차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명씩 정하는데, 이번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의 선출 몫이다.
법에는 국회 몫 재판관 추천 방식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 소장은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이었으며, 제2야당(원내 교섭단체)이었던 바른미래당이 이영진 재판관을 추천하고,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김기영 재판관을 추천했다.
민주당은 3인 중 2인을 추천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1인, 여야 합의 1인 등 3인을 정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야 1명씩 추천하고,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재판관 선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후 9명 중 6명의 재판관이 탄핵 심판을 비롯한 헌법소원 사건들을 모두 심리해야 한다. 다만,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해야 위헌 및 탄핵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3인 퇴임 후 남는 헌재 재판관 6인의 인적 구성을 보수 성향 2인(정형식·김복형), 중도 2인(김형두·정정미), 진보 2인(문형배·이미선) 구도로 보고 있다.
지금 여야 추천대로 헌법재판관이 새로 임명되면 헌법재판소는 보수 3인, 중도 2인, 진보 4인으로 진보 우위가 된다.
다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한동안 6인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월에도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야당 몫의 방송통신위원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윤 대통령이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자 11월 스스로 사퇴했다.
헌재가 이진숙 한국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 심리 등을 맡고 있는 만큼 여권이 2인 추천권을 민주당에게 쉽게 내줄 것 같지 않아 여야 줄다리기가 한동한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후임 재판관에 대한 하마평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국민의힘은 이종석 소장의 연임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당은 3명 중 야당 몫으로 2명을 추천하겠다며 후보로 김성주 광주고등법원 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 소장이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통과된 인물인 만큼 야당이 반대할 명분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국회 인준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이 소장의 연임에 부정적이다.
다만 민주당이 2명 추천을 고집한다면 이 소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카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