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진행한 판사가 선고까지 맡아야”
사법정책자문위, 대법원장에 건의
“순환근무 방식 합리적으로 개선”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사건을 심리한 판사가 가급적 선고까지 할 수 있도록 법관 전보 인사 주기를 개선하라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권오곤 변호사)는 17일 회의를 열고 △법관 전보인사 주기 개편 방안 △권역별 선발 등 법원공무원 임용제도 개선방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자문위는 “심리와 판결의 주체가 가급적 일치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법관의 전보인사는 권역 내 순환근무를 최소화하는 등 장기화된 사무분담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재판 진행 중에 담당 판사가 교체되면 새로 재판을 진행하는 등 재판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심리를 진행한 판사가 선고까지 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무분담이란 법관들을 각 재판부에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사무분담 변동은 형사합의부 등 재판 업무가 과중한 법관의 업무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재판의 연속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월 재판장인 법관의 최소 사무분담 기간을 2년→3년으로, 재판장 아닌 법관의 최소 사무분담 기간을 1년→2년으로 연장했다.
이처럼 길어진 사무분담 기간에 맞춰 법관의 전보 발령도 최소화하라는 게 자문위의 권고 취지다.
자문위는 또 “생애 주기와 권역별 인력수급 사정 등을 고려하여 전보인사의 기준, 주기 등 순환근무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적정한 권역별 근무 기간을 확보하고 재판의 연속성과 법관 사이의 형평을 제고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 등 문제로 잦은 지방 발령에 거부감이 있는 40~50대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일이 늘자 이를 줄여보려는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자문위는 아울러 판사가 아닌 법원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지방 소재 법원에 장기간 근속할 공무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분해 모집하는 것을 일부라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자문위는 “현행 전국 모집 방식의 법원공무원 9급 신규 임용제도는 수도권 근무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사회현상과 결부돼 지방 소재 법원에 배치되는 신규 임용자들의 새로운 환경에의 부적응, 교통 및 생활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근무 의욕 저하, 단기간 지역 근무 후 수도권 전출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며 “이는 지방 소재 법원의 업무 공백, 지역 사법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권 소재 법원에 장기간 근속할 법원공무원을 확보해 현행 제도에서 나타난 비연고지 근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동시에 종전 지역구분모집 당시 나타난 합격선 및 임용시기편차 등의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전국모집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구분모집 방식을 일정 부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자문위의 활동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이며 6개월 범위에서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