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사라지면 경제·사회적 손실이 일어난다

2024-10-21 13:00:01 게재

한파 몰고 오지만 해안선 침식 억제 등 역할

북반구 100년당 평균 11일 호수 결빙 늦어져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온에 시달리면서 올겨울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커진다. 지구온난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파에 대한 걱정이 너무 과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갑자기 그리고 자주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17일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 랍테프해 해빙(바다 얼음)이 적은 해들의 경향을 봤을 때 12월 기온이 낮은 경향이 있지만 모든 해들이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겨울 날씨를 가늠하는 기상 요소로는 라니냐와 북극 해빙 면적, 북극진동 등이 있다. 1979~2024년 9월 북극 해빙 면적 최소 순위를 보면 랍테프해 해빙은 역대 13위로 적은 상태다. 카라해 역시 13위를 기록했다. 바렌츠해는 5위다.

바렌츠-카라해 해빙의 적은 상태가 지속되면, 우랄산맥 부근에 기압능이 발달하고 대기 하층의 대륙고기압이 강화된다. 삼한사온과 같은 주기적인 한기를 유입시키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11~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강수량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올 여름 기승을 부린 폭염과 열대야 등에 이어 겨울철 한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파가 기승을 부린 1월 23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항 주변 갯벌이 얼어붙은 장면.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북극 바다 얼음 녹으면 상층 제트 약화 = 우리가 ‘얼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렌츠-카라해와 랍테프해에 바다 얼음이 적으면 북극해로부터 많은 따뜻한 공기가 방출돼 북극 고온 현상에 기여하고 이는 북극 상층의 제트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여름 랍테프해 해빙 면적이 이례적으로 줄면서 그해 12월 장기 한파가 오기도 했다.

북극 바다 얼음이 녹으면 얼음이 덮여 있던 바닷물에서 열과 수증기(지표면 열속)가 방출된다. 바닷물 인근에 있는 공기층 온도와 상층의 온도 차가 크게 일어나면서 지표면 열속이 지구의 자전에 따른 대기 파동을 타고 지상 10~50km의 성층권으로 전달된다. 이때 성층권에서 활동하는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게 된다. 이 소용돌이에 갇혀 있던 냉기가 동아시아 지역까지 내려와 지표 온도를 냉각시키면 한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북극 바다 얼음 면적은 북극 진동지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 북극 진동지수 또한 음의 값을 가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철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요소로는 해빙 북극진동 등이 있다”며 “반면 북대서양 인도양 등지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우리나라 기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니냐 발달 시기에 북서태평양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지속되면 우리나라 남쪽에 고기압성 순환의 강화로 북쪽의 저기압성 순환에 의한 북풍 유입이 약화되면서 우리나라는 11월 기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월 11일 엘니뇨도 라니뇨도 아닌 중립 상태에서 9~11월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55%라고 발표했다. 10월~2025년 2월에는 60%로 증가한다.

라니냐는 열대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서 열대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북태평양 지역 대기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쳐 해수면 온도를 높일 수 있다. 라니냐의 시작은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열대 태평양 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3개월 이동 평균한 해수면 온도 편차가 -0.5℃ 이하로 5개월 이상 지속될 때의 그 첫 달이다. 엘니뇨는 그 반대다.

아직 가을인데…벌써 눈꽃 핀 설악산 20일 설악산 중청대피소 인근에 첫눈이 쌓여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1㎝가량의 눈이 쌓였다. 사진=연합뉴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또 다른 의미의 호수 얼음, 극단적 강수 억제도 = 바다 얼음이 겨울 날씨를 가늠하게 한다면 호수 얼음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당장 경제적 사회적 손실과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2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논문 ‘겨울철 호수 얼음 손실로 인한 환경 및 사회적 영향’ 논문에 따르면 북반구에서는 100년당 평균 11일씩 호수 결빙이 늦어지고 있다. 반면 해빙은 6.8일씩 앞당겨지는 중이다. 지난 165년 동안 얼음 지속 기간은 31일 감소했다.

호수 얼음이 사라지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 근처에 있는 호수의 얼음은 파도 작용을 줄여 해안선 침식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연안 시설물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손실과도 관련이 있다.

한 예로, 로렌시아 지역에 있는 대호(큰 호수, Great Lakes)의 얼음은 해안선 절벽을 강한 파도로부터 보호하고 해안선 퇴적물 안정화에 역할을 한다. 0℃ 이하 온도는 해안선 퇴적물이 전단 강도(미끄러짐이나 변형에 저항하는 능력)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퇴적물이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해안 침식 저항력도 높아진다.

호수 얼음은 극단적 강수 현상으로부터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2022년 11월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최악의 눈 폭풍이 불어닥쳤다. 3일 동안 총 200cm 이상, 하루 최대 53cm의 눈이 내렸다. 버팔로 인근 이리호(오대호 중 하나)의 수온(11℃)과 기온(-9℃) 사이의 20℃ 온도차가 눈 폭풍을 강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호수가 얼면 증발이 제한되면서 공기와 물 온도 차이가 줄어들어 극단적 강수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감소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대호가 완전히 얼면 강설량이 84% 감소하고 구름의 양이나 지표 근처 풍속이 줄었다.

게다가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많은 강수가 눈 대신 비로 바뀌는 데, 이는 미국 뉴욕시의 식수 공급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시 식수의 90%를 공급하는 유역인 캐츠킬 산맥에서 식수 공급에 사용할 수 있는 적설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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