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대책, 전체 시민으로 확대
전담콜 ‘외로움 안녕 120’
방문상담, 상담공간도 확대
서울시가 외로움과 전면전에 나선 것은 고립은둔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사회적 고립을 호소하는 이들의 비율은 2019년 27.7%에서 2022년 34.9%까지 증가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최근 5년 사이 32.9%가 증가해 한해 100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의 고립·은둔 청년은 13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서울 전체 청년의 4.5%에 해당한다.
시가 이번 대책을 수립하면서 그간 고독사 예방에 치우쳤던 고립은둔 대책을 전체 시민으로 확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로움과 고립·은둔 인구가 확산되면서 이 문제가 특정 그룹만이 아닌 공동체 근간과 시민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이례적으로 외로움, 고립·은둔 문제 해결에 전체 실·국·본부를 총동원했다. ‘칸막이 없는 행정’을 구현해 외로움 문제 해결에 서울시 역량을 모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권한이 명확히 구분돼 부처 칸막이가 극심한 중앙정부와 달리 부서간 협력이 가능한 도시행정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 마련에 주력했다. 온·오프라인으로 늘 열려 있는 ‘똑똑 24 플랫폼’을 구축한다. 전화, 온라인(카카오톡)은 물론 방문 상담도 가능하다.
서울시 문을 두드릴 핵심 통로는 ‘외로움 안녕 120’이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외로움 전담 콜센터로 내년 4월부터 운영된다. 120다산콜로 전화한 뒤 특정번호(추후 결정)를 누르면 전담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상담원이 1차 기초상담을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협업기관으로 연결해 다양한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시민이 밖으로 한발짝 걸음을 내딛거나 상담전화를 누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처럼 어렵게 도움을 신청한 시민들이 상담 초기 실효성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가 고립은둔 탈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업 특성을 감안해 현장방문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고립예방센터와 연계해 오프라인 만남을 통한 긴급개입, 심층상담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고립은둔 경험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고립은둔에서 벗어난 시민들을 상담사로 배치할 방침이다.
전용 상담전화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나 이웃도 이용 가능하다. 전화 통화를 선호하지 않는 시민을 위해선 카카오톡 AI 상담을 별도 운영한다.
전 시민 마음투자사업도 눈길을 끈다. 시가 마음상담서비스를 기존 정신건강 위험군 중심에서 모든 시민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7월 시작했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를 통해 민간심리상담소 등과 연계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 1회 총 8회에 걸쳐 1대 1 서비스로 제공되며 올해 2만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대상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