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막바지로 치닫는 우크라이나전쟁

2024-10-22 13:00:03 게재

우크라이나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전쟁을 끝내는 시나리오는 서방 쪽에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과 일부 서방국가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군을 몰아내야만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결의에서 현 상황을 그대로 둔 채 협상을 통한 합의가 최선일 수 있다고 인정하는 태도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 보름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그가 약속한 대로 전쟁을 조속히 끝내려 할 것이란 전망이 이런 변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돈바스 지역 등 동남부를 차지한 상태로 전쟁이 끝난다면 러시아의 사실상 승리이자 미국과 나토의 패배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미국과 나토의 국제적 리더십 약화를 의미하고 나아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서방, 패배 직면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입장 변화

미국과 서방은 현실을 인정하고 전쟁을 끝내되 자신들의 패배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앞의 FT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약 1/5에 대한 통제권은 유지하되 러시아 주권은 인정하지 않고, 나머지 우크라이나 지역은 나토에 가입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가 차지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성사된다면 이는 또 다른 국면이 만들어졌음을 뜻한다. 나토 입장에서는 회원국이 한곳 더 늘었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단합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늘린다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으려는 게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명분인 만큼 러시아의 패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수차례에 걸친 나토 가입 요청에도 원칙만 확인해줄 뿐 구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9일 열린 ‘G7 국방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 적극 추진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없었던 주요 이유는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집단 방어를 시행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곧 나토와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전쟁을 끝내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도 러시아와의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자체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라며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우크라이나전쟁도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2인자로 통하는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모스크바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기도 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 한다면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동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밀어붙일 태세다.

러시아의 반발 극복과 회원국 만장일치 과제 남아

나토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나토 회원국인 네덜란드 브레켈만스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공식 가입 초청을 통보받기 전, 달성해야 하는 세부조건에 대한 회원국 간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 초청에 앞서) 사전에 그런 명확성이 없다면 32개 회원국이 가입 초청 통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보다 직접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장거리 미사일 지원 등이 포함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른바 ‘승리계획’에 대해 “그것은 제3차 세계 대전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전제로 한 휴전은 러시아의 반발과 일부 나토 회원국의 반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트럼프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토 가입없는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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