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만든 ‘세상에 한벌뿐인 옷’
중랑구 이색 패션쇼 열고
‘장애공감 기획전시’ 개최
“장미” “봉화산” “용마폭포공원” “배꽃” 서울 중랑구에서 짧게는 11년 길게는 6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이 동네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것들이다. 중랑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5년째 이용하고 있는 그들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중랑을 대표하는 장미와 봉화산을 비롯해 구 새인 까치 등에 자신만의 감각을 입혀 ‘세상에 한 벌뿐인 옷’을 지었다.
22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오는 23일까지 ‘2024 중랑 동행 패션위크’를 연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행사 핵심은 센터 교육생인 발달장애인이 직접 옷을 제작하고 무대에서 선보이기까지 과정이다. 제목으로 붙인 ‘클로젯(closet)’은 ‘옷장’을 뜻하기도 하지만 ‘선입견(Taboo)를 깬다(Close your Taboo)’는 의미도 있다. ‘나의 옷장 열어 너의 편견 닫기’라는 부제 그대로다. 강진숙 센터장은 “교육생들에게 옷이라고 하면 고무줄 바지에 티셔츠처럼 편한 것뿐인데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의상’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센터 교육생 30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하고는 언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전체 교육생이 ‘패션’에 대한 감을 익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중랑천 장미정원을 비롯해 봉화산 자락 동행길이며 용마폭포공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를 방문하며 영감을 쌓았다. 교사들과 함께 옷을 활용한 미술활동을 통해 디자인 작업을 한 뒤 각자 가장 잘 된 작품을 한점씩 골랐다.
장애 관련 의상을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작품 완성을 도왔다. ‘폭포수 물줄기가 반짝였으면 좋겠다’거나 ‘폭포수 사이에 초록색 나무와 풀이 있다’는 등 특별 요청사항을 담은 작업지시서를 최대한 반영했다. 용마폭포공원의 세갈래 물줄기를 담은 셔츠와 까치처럼 검고 흰 깃털을 단 반소매 티셔츠, 빨간 장미가 활짝 핀 초록 원피스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옷이 완성되는 동안 교육생들은 모델처럼 걷는 연습을 했다. 센터 복도에 붉은 카펫을 깔고 개성 있는 걸음걸이를 익혔다. 흥겨운 노래까지 준비해 지난 8일 상봉동중랑아트센터에서 서울시 자치구에서 주최하는 첫 발달장애인 패션쇼를 선보였다. 마지막에 포기한 한명을 제외하고는 교육생 모두가 무대에 섰고 보호자 가운데 3명도 머플러 가방 등 소품을 착용하고 아이들과 함께했다. 강 센터장은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다른 방에서 뛰고 만지고 감각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했다”며 “장애 빼고 멋짐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했는데 각자의 개성을 뽐냈다”고 전했다. 그간 장애가 있는 자녀 때문에 주목받았던 부모들도 뽐내는 자리에서 관심을 받게 돼 설렜다고 입을 모았다.
그날의 감동을 중랑구청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당시 선보였던 의상과 소품에 작품설명을 더해 장애공감 23일까지 기획전시를 연다. 어머니들이 자녀를 돌보는 가운데 치유를 위해 만들고 있는 압화(押花) 장신구는 전시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한다. 패션을 익히기 위해 인형놀이처럼 미술활동을 했던 흔적, 패션위크 과정을 담은 영상도 눈길을 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다는 취지에 걸맞은 멋진 작품을 보게 돼 기쁘다”며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주민들이 다양하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