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권 당정 갈등 틈새에 ‘이재명·수권정당’ 키우기

2024-10-24 13:00:23 게재

집권플랜본부 출범 … “먹사니즘·문화주도 성장전략 전면에”

이재명 “정치실종·정책 일관성 실종” 국정 능력 정면 비판

‘사실상 대선 선대위 체제’ … 리더십 강조, ‘탄핵’과 선긋기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당정 갈등 틈새에 ‘수권정당’ 면모를 강조하는 차별화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의 대선 선대위 체제를 가동해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과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한편 ‘준비된 정당’의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비판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야권 일각의 ‘탄핵 추진’과는 거리를 두며 정권교체를 준비하겠다는 취지를 읽힌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첫 회의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인 김민석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집권플랜본부 제1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민주당은 23일 ‘집권플랜본부’ 첫 회의를 열고 “집권 담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정권교체 고속도로와 국정성공 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고, 수석본부장을 맡은 김윤덕 사무총장은 “제대로 된 정권교체의 주춧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경제정책 브랜드인 ‘먹사니즘’과 ‘문화주도 성장’을 전면에 세우겠다고 했다.

집권플랜본부는 기획상황본부(본부장 김영호 의원)·당원주권본부(본부장 이춘석 의원)·정책협약본부(본부장 김 최고위원)·K먹사니즘본부(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 및 10만 모범당원정권교체위원회(간사 윤종군 의원·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 등 22명 규모의 4개 본부·1위원회로 구성됐다. 친명계 인사와 중도성향 중진 의원이 참여해 다음 정부를 준비하는 모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최고위원도 “집권플랜본부 내 K먹사니즘 본부는 신성장의 로켓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집권 담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이재명 대표를 위한 대선 선대위 체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이번 행보가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놓고 갈등상을 연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샀다. 의정 갈등·물가·수출 등 민생 관련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수권정당 면모를 살려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집권플랜본부는 오는 28일 문화관련 세미나를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 하겠다면서 “김대중의 문화정치를 잇겠다”고 했다.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정부가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한 것과 연장선이다. 이재명 대표도 23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정치를 복원하겠다”면서 정부의 정책혼선을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진보의 새로운 성장 담론과 전략을 고민하고 있고 늦어도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K먹사니즘’ 담론과 전략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철저하게 포지티브한 대안 위주로 속도감 있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으로 상징화 된 정치 이슈뿐 아니라 민생중심의 대응전략을 짜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특검법 등을 통해 정부여당에 대한 확실한 견제활동을 펴는 것은 물론 민생 관련 구체적인 이슈를 던지며 주도권을 잡아가겠다는 취지다.

먹사니즘이나 문화 등을 1호 주제로 정한 것 자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현직 대통령이 아닌 김대중 당선자가 위기극복에 나서는 책임감을 보인 것처럼,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집권당보다 더 책임있게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정권에 대해서도 탄핵 보다는 정권교체 쪽에 중심을 둔 활동으로 수위를 조절할 공산이 크다. 김건희 여사 불기소와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규탄 장외집회를 준비하면서도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당이 탄핵·퇴진 활동과는 일정하게 선을 긋고 있다.

11월 15일, 25일 진행되는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와 관련해 이 대표의 리더십을 재확립하는 사전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검찰독재대책위를 통해 잇따라 토론회 등을 열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기소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하고 이 대표의 무죄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를 정점으로 한 집권플랜본부를 가동하면서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존재감과 장악력 유지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