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대표에 힘 실어주나
정책 등 검토 마무리,, 이재명-한동훈 회동 의제 제시
금투세 폐지·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도 검토 대상
"대통령 뺀 입법부의 대화와 타협 능력 보여줘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평가받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한 대표의 요구사항에 대해 진전된 해법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민주당 모 최고위원은 “입법부 안에서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서로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어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정책적 아젠다와 정치적 아젠다를 넣어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어젠다 조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한동훈 대표측에서 의견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급하게 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대통령실에서 회동 내용을 공개하자 전날 첫 반응을 공식석상에서 내놨다. 그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위한 추천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추천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뜻도 윤 대통령에게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추천을 강하게 요구했다.
또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다시한번 요구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정감사 이후에 (입장을) 결정한다고 한다”며 “민주당 심기 경호를 위해 대한민국 증시와 1400만 투자자들이 고통받고 상처받아야 하나”라고 했다. 이어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자. 우리 그러려고 정치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전공의 단체 불참을 이유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에 ‘그 정도론 안 돼’라는 식으로 폄훼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어떻게든 해결의 물꼬를 트는 데 집중하자.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발시키자”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중진의원은 “지금은 대통령이 배제된 입법부만의 대화와 타협을 보여줄 때”라며 “민주당이 한동훈 대표를 결과적으로는 지원하는 것이 되겠지만 입법부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요구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은 수용할만 하다”며 “금투세같은 경우는 유예할 바에야 폐지하는 게 낫고 나중에 다시 발의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제3자 특검 등 한동훈 대표가 요구하는 것을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수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민주당이 추천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제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지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재 특별감찰관, 북한인권재단 뿐만 아니라 공수처 검사 등 많은 부분에서 비어있는 데가 많다”며 “여야가 공백이 있는 자리들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합의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