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59%,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로 위험성평가 대체
배달업은 위험성평가 ‘전무’
“영국·독일 미이행시 처벌 규정”
민주노총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위험성 평가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전재희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장에서 위험성 평가 지침에 따르면 노동자 참여를 배제도 가능하도록 규정했다”며 “그래서 노동자가 아닌 관리감독자가 평가하며 제도가 형해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건설현장의 경우 항상 유해·위험 기구들이 상존한다는 특성을 반영해 상시 위험성 평가하게 돼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상시평가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로 대체되면서 위험성 평가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건설노조가 9월 9일에서 30일까지 148개 건설현장을 조사한 결과 TBM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이 59.3%였다. 83.9%가 TBM을 15분 이내로 짧게 진행되고 있다. TBM에선 체조와 공정상황(17.2%)이나 위험성 평가(40.9%)를 공유했다. 노동자 의견 수렴·반영되는 경우는 17.2%에 그쳤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배달라이더들은 산업재해에 취약한데도 법정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험성 평가가 한번도 실시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플랫폼사의 낮은 운임체계로 라이더들은 한개의 일감이라도 더 잡기 위해 운전 중에도 핸드폰을 계속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중현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노조 정책국장은 생활가전 렌탈 제품을 설치 수리, 방문점검 하는 노동자들의 현장을 설명하면서 “노동자들은 고객평가제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웃으며 감정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현 위험성 평가에선 감정노동과 정신건강이 실종돼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질보다 형식에 치우친 위험성 평가 제도가 횡행하고 있다”며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위험성 평가에서 노조 참여를 의무화하고 위험성 평가 전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았을 때 상응한 벌칙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주요내용으로 △위험성평가에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 명시 △위험성평가 결과에 따른 조치 대상을 종사자로 규정 △위험성평가 전과정에 노동자 대표,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자 참여 및 활동시간 보장 등을 제언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