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합의한 ‘민생 협의회’ 출범…‘2차 회동’도 관심
양당 공통 공약, 합의 민생법안 우선 처리하기로
다음달 이재명-한동훈 대표회동 성과 나올지 주목
금투세 폐지·북 파병 반대 결의·여야의정 참여 등
“입법부 대표 합의점 찾는 게 정치 복원 실마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차 대표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지난 달 1일 첫 회담에서 합의한 ‘민생·공약 공통 추진 협의회’가 약 두 달 만에 출범했다. 민생 협의회에서는 공통 공약인 반도체산업 지원, 저출생 해법, 지구당 부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거대양당 대표간 2차 회동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 대표에게 민주당에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총선에서의 민생 분야 공약과 양당의 공통 민생과제를 추진하는 협의기구인 ‘민생·공통 공약 추진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날 공통 합의문을 통해 두 당은 “지난 양당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민생 법안 등을 국회에서 우선 심의, 차리하기로 했다”며 “그 외 양당의 민생, 공통공약을 상호 교환하고 실무 검토를 거쳐 차기 협의회를 조속히 개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공통 공약 추진협의회는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양당은 협의회에서 반도체·AI·국가기간전력망 확충 등 미래 먹거리 창출 및 경제 재도약, 자산시장 밸류업(가치 제고),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및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지원, 저출생 대응 및 지역 격차 해소, 국회의원 특권 폐지, 지구당 부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과 관련된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의회는 지난달 1일 첫 회담의 결과가 현실화된 것으로 11월로 예정된 2차 회동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관련, “민주당이 계속 머뭇거리고 미루는 동안 한국 증시와 투자자가 골병들고 있다”며 “국민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게 정상적 정치”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북한의 참전과 관련한 여러 상황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우리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리고 있다. 야당이니 그럴 수 있다”며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과 함께 세계 평화를 해치고 대한민국 국익과 안보를 해치는 북한의 참전에 대한 규탄에 민주당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또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 “최근 민주당이 어떤 이유를 대서든 발을 빼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실망스럽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북한 참전 규탄,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등을 주문한 것이다. 이같은 한 대표의 요구는 당대표 회동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고 민주당 수용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 23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만난 이후 첫 일성으로도 민주당에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이때는 이미 양당 대표 회동이 약속된 이후였다. 한 대표는 먼저 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는 한 대표가 주장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수용할 경우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여야의정 적극 참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유예 하려면 폐지한 후 재발의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아 지도부에게 넘어온 결정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고 ‘상법 개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전공의 등 실질적인 대표성을 가진 단체의 참여를 요구하며 여야의정 참여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 대표의 요구에 따라 일단 여야의정 출범에 동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한동훈 대표에 힘을 실어준다기보다는 한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한 대표의 의견을 수용해 통과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의혹과 명태균씨 폭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 때문에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하는 게 아니라 두 입법부 수장이 만나 민생 등을 합의하는 게 정치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결단이 필요하다”며 “두 대표가 합의점을 찾게 되면 현 국면을 타개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