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59억원 떼먹고 해외여행에 기부까지

2024-10-28 13:00:25 게재

올 상반기 1조436억원 체불, 첫 1조원 돌파 … 김문수 고용부 장관 “중대한 범죄, 근로감독 강화”

#. “임금체불로 ·보험료·관리비가 연체되고 생활비도 부족해 너무 힘든데 사업주는 해외여행 갔습니다. 도와주세요.”

#. B축협은 고금리 상품 특판기간에 연장근로를 시켰으나 연장근로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게 하거나 신청해도 반려하는 등 ‘공짜노동’을 상습적으로 강요했다.

#. C제조업체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임금 등 노동자 25명에 대해 1억8500만원 임금을 체불했다. 지방노동청의 시정지시에도 응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재직 근로자 임금체불 익명제보센터’에 접수된 A기업 근로자의 호소와 고의·상습 체불 사례들이다.

고용부는 27일 재직 근로자 제보 내용을 토대로 98개 기업에 실시한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75개 기업에서 174억원(3885명)의 임금체불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의·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판단되는 14개 기업에 대해서는 즉시 사법처리했다.

고용부은 근로감독 결과 A기업은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500여명이 넘는 근로자 임금 59억원을 체불했다. A사는 매월 20억원의 체불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었으나 대표는 체불임금 청산보다 기부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부는 A사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상습적으로 공짜노동을 강요한 B축협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연장근로수당 등은 1억1300만원에 달했다. B축협과 C제조업체는 지난해에도 임금체불이 발생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바 있다.

고용부는 이번 기획감독을 토대로 적발된 임금체불이 청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D게임개발업체는 경영난으로 2억원을 체불하고 있었지만 근로감독에 착수하자 체불사업주 융자제도를 통해 전액 청산했다.

이처럼 체불사업주 융자제도 등을 활용해 이번 근로감독 기간 중 3000명이 넘는 근로자의 체불임금 75억원이 청산했다.

고용부는 퇴직자와 달리 임금체불 신고가 쉽지 않은 재직 근로자들을 위해 2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익명제보센터를 추가로 운영한다.

특히 이번 제보기간에는 건설업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한 점을 고려해 건설근로자가 손쉽게 제보할 수 있도록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전자카드 근무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제보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체불임금액은 6월 말 기준 1조436억원으로 상반기에 첫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체불임금은 1조7845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다. 올해 이 기록도 경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중대한 범죄인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엄정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며 “체불로 힘들어하는 근로자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근로감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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