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북풍’ 차단 총력…“제3국서 남북한 대리전 안돼”

2024-10-29 13:00:14 게재

낮은 지지율 등 국면전환용 안보위기 강화 시도로 해석

북 파병 강력 반대하면서 무기지원 등 군사적 개입 차단

“탈출구 없다” 압박 … 보수진영서도 군사지원 반대 76%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들이 임기 중 최저점인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의혹 등으로 위기에 빠져 있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안보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러시아 지원 파병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우회적으로 무기를 지원하거나 포로 심리, 참관단 파견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3국 전쟁이 한반도로 이어지면서 ‘계엄령 선포’가 가능성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대응방향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정혜경 의원 주최로 열린 ‘북한군 파병설에 대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반응 문제점과 대응방향’ 긴급좌담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양무진 북한대학교 총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9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호전적인 강성 측근들로 인해 외교 안보를 위험한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하면서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대결국면으로 말려들어가진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안보위기를 조장해 보수층 지지율을 유지하려고도 할 수 있지만 이미 김건희 의혹 등으로 떨어진 신뢰와 지지도는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김건희 특검 이외에는 정국을 넘어가기가 어려운 국면에 이미 접어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제3국에서 남한과 북한이 대리전이든 직접개입이든 하게 되면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반대하고 있어 이런 방식으로 보수진영을 결집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전화면접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임기중 최저점 국정지지도인 20%를 떠받치고 있는 지지층 중 35%는 외교와 국방 안보를 지지이유로 꼽았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13%에 그쳤다. 66%는 의료 식량 등 비군사적 지원만 해야 한다고 했고 16%는 어떤 지원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보수층에서도 군사적 지원을 지지한 응답은 20%뿐이었다. 66%는 비군사적 지원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10%는 아예 지원 자체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은 보수진영에서 ‘북한의 파병’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점을 공격하자 전날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국가안보상황 점검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의 역학 구도는 물론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는 사태라는 것을 엄중히 인식한다”며 “북한군 파병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미·러 관계, 한·러 관계, 북·미 관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하고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며 “함부로 다루면 한반도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처하면서 국내의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대외적 위기를 활용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또 ‘러시아 파병 북괴군을 폭격하자’는 내용의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한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북한이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일”이라며 “인민들을 남의 나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아도 북한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슬쩍 (인력을) 보낼 생각인 것 같은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는 것을 계기로 혹시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금 행동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남의 나라 전쟁에 공격 무기를 제공하면 전쟁에 끼어드는 것 아닌가”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정보원에서는 북한군 전쟁포로를 신문하기 위한 ‘심문조’를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한다. 제정신인가”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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