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R&D예산…48개 사업, 절반이상 줄였다 복원

2024-10-29 13:00:26 게재

국회예산정책처 “구조조정 사유도, 증액 사유도 불분명”

미세먼지 저감 기술개발 사업, 올해 70%↓내년 156%↑

“2026년이후 물가보다 낮은 1% 증액, 예측가능성 결여”

올해 15% 삭감한 연구개발(R&D) 사업을 내년에는 12% 늘려잡아 원상복구하면서 예산을 50%이상 줄인 48개 사업을 일부 또는 전체를 복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감액사유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복원시켜 R&D예산 감축과 증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내년에 두 자릿수 증가율로 늘려놓고는 2026년부터는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증가율을 책정하고 세부적인 분야별 증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산 편성때 ‘정책여건 반영 등’의 이유로 전년대비 50%이상 감액된 사업 221개 중 101개가 종료됐고 추가 감액된 사업이 44개,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책정된 사업이 28개였다. 반면 36개 사업은 일부 예산이 복원됐고 12개 사업은 삭감 이전인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연구개발)사업 중 내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예산이 복원됐거나 올해에 비해 증액된 사업이 48개에 달하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이미선 예산분석관은 “올해 감액된 후 다시 복원된 사업을 보면 지원대상, 지원내용, 사업 전달체계, 사업 성과 등의 측면에서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올해 예산 편성때 구조조정 사유가 명확했다면 관련 문제점이나 이슈에 대한 해소방안을 확인한 후 내년 예산안을 증액 편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예산안 편성 방식인데 일부 사업은 올해 예산 감소에 대한 특별한 사유가 없었거나 기존 사업 추진 내용에서 개선 또는 변경된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예산안이 일부 복원 또는 100%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Net-Zero 대응 미세먼지 저감 기술개발 사업’은 올해 예산이 70.0% 줄었고 내년 예산안에는 156.7% 증액됐다.

이 분석관은 “감액할 때도 특별한 사유가 없었고 이후 구조조정 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해소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올해 감액이 비합리적으로 이뤄졌던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증액된 예산을 활용해 기존 계속과제 88개의 연구비를 상향해 지원할 계획으로 지원대상이나 지원내용 등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올해 명확하고 기준 없이 R&D 예산을 편성했고 내년 예산안 편성시 이를 일부 복원하는 과정에서도 구조조정 이슈의 해소, 증액의 필요성 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연구개발 정책의 낮아진 예측 가능성도 지적됐다.

이 분석관은 “올해 R&D 분야 예산의 4조6000억원 감액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내년 3조1000억원의 증액으로 다시 변동성이 높은 예산안이 편성됐고 2026년~2028년까지는 또다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1%안팎의 증가율로 지출 계획을 수립했다”며 “R&D 분야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의 안정성, 일관성 및 예측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전년도에 발표한 (5개년)국가재정운용계획과 올해 (5개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R&D투자계획 간 차이가 상당하다”며 “R&D분야의 경우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갖고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부가 올해 9월에 제출한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지난해에 제출한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마찬가지로 R&D분야의 세부 분야 또는 부문별 재정투입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R&D 예산이 5년간 평균 3.5% 늘어나 올해 26조5000억원, 내년 29조6000억원에서 2026년부터 매년 30조원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과학기술, 산업 중소기업 및 에너지, 교육, 사회복지 보건 환경, SOC, 기타 등으로 나눈 세부 분야별 지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2023년 예산안부터 R&D 예산의 16대 분야별 투자내역은 별도로 제출하고 있지 않으나 향후 R&D 투자와 중점 기술분야간 연계방안 등을 모색하고 필요시 16대 분야 제출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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