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 저성장·세수부족 악순환 만들었다
재정건전화 위한 정부 지출 축소, 성장기여도 약화
국회예산정책처 “경기 안정 위해 재정 역할 필요”
윤석열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긴축 정책이 오히려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실질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출이 회복되는 가운데 고물가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 소비를 줄여 성장기여도를 낮추고 건설 투자를 축소시켜 건설업과 관련한 전후방 산업과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 정부는 임기 끝날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면서 저성장과 세수부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연속 발생한 세수결손은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내년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가 0.5%p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예산안을 심의할 때 재정의 경기 안정화, 성장동력 확충, 저출생·고령화 등의 국가적 현안 대응 등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잇따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우리나라 실질성장률을 2.4%로 보고 내년은 2.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내년 실질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2.1%)보다는 소폭 높은 편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5.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던 1998년 이후 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0.8%), 2020년(코로나19, -0.7%), 2023년(대규모 세수결손, 1.4%)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의 2024~2025년 경제성장기여도는 각각 0.3%p, 0.5%p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1~2022년 연평균 경제성장기여도 0.7%p에 미치지 못하며 재정지출 규모 축소, 세수결손 등의 영향”이라고 했다.
하반기에 세수 부족에 따른 지출 축소는 ‘상고하저(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떨어지는 성장률)’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저하고(상반기에 낮았다가 하반기에 높아지는 성장률)’를 주장했지만 이제 달성 불가능한 목표점이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상반기 2.8% 성장하고 하반기에는 2.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윤석열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중장기적 세입 감소와 의무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여건의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 지출 축소는 지역 경제와 일자리 등에 영향이 큰 건설투자의 역성장으로 이어졌다.
부족한 세수를 제대로 메우지 못할 경우 성장률이 추가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세수부족 부분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재정이 경기 안정화라는 중요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세수부족으로 지난해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이례적으로 0.3%p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올해도 정부부문 성장기여도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의 2025년도 예산안 심의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감액하고 해당 재원을 경기 안정화, 성장동력 확충, 국가적 현안 대응을 위한 사업으로 재배분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안정의 최후의 보루인 재정 역할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