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막말·욕설·삿대질’ 징계심사할 윤리특위는 없다

2024-10-30 13:00:13 게재

거대양당 22대국회 5개월만에 14건 징계안 경쟁적 제출

2018년 윤리특위 비상설 전환 후 찬밥, 현재는 가동중단

피감기관 감사하는 국회의원, 자정 능력·의지 부재 보여줘

우원식 의장 “태도가 리더십, 반말 욕설 야유 고성 안 돼”

국회 상임위, 본회의장에서 상대당 의원 등에 삿대질, 욕설, 막말, 야유, 고성 등을 쏟아낸 거대양당은 상대당 의원 징계안을 경쟁적으로 접수하고 서로 비난하며 ‘막말정치 근절’을 외쳤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임기가 5개월을 넘겼지만 윤리특위를 만들지 않고 있다. 징계안을 심사할 수조차 없는 셈이다. 피감기관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국회가 자신에 대한 자정능력과 의지는 사실상 부재한 것을 보여준 셈이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징계요구는 모두 14건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 9명을 대상으로 징계안을 제출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3명의 국민의힘 의원 징계를 요구했다.

전날엔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자신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맞제소했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최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며 이들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상임위 운영을 문제 삼았다. 추 원내대표는 양문석, 장경태,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며 이들을 ‘막말 3인방’이라고 규정하면서 “지긋지긋한 막말 정치를 근절해서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정감사 중 국악인들의 연주가 이뤄진 것을 ‘기생집’이라고 표현하거나 “김영철 검사의 아랫도리를 비호하는 것도 참 한심한데, 나쁜 손버릇을 가진 여사를 비호하는 것도 한심하다”고 말한 부분 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정점식 의원, 한기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주 의원은 해병대원인 채 상병 죽음을 ‘군 장비 파손’과 ‘군 설비 파손’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정신 나갔죠’ 등의 발언을 한 김병주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올 국감장에서는 거대양당 의원간, 민주당 의원과 피감기관장이나 증인간 욕설과 삿대질 등 서로를 향해 내뱉은 고성과 비난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더욱 과감해지고 노골화된 의원들의 막말과 이에 따른 징계요구안은 심사될 수 없다. 이를 심시할 윤리특위가 없기 때문이다. 1991년 상설기구로 신설된 윤리특위는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때 여야 이해관계에 따라 비상설 특위로 전환됐다. 결국 2019년 6월말에 활동기간이 끝난 후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말까지 거의 1년 동안 가동을 멈췄다.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2022년 6월말 활동시한을 끝난 이후 11월까지 멈춰섰다가 겨우 재구성됐지만 지난해 8월부터는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5개월이 지났지만 윤리특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쏟아져 들어왔던 징계안은 심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거대양당의 막말과 징계요구 경쟁이 짜고치는 ‘공포탄’에 지나지 않고 사실상 서로 면죄부를 준 ‘약속겨루기’였던 셈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윤리특위가 만들어지지 않아 의원 징계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윤리심사자문위는 구성돼 있지만 윤리특위가 징계안에 대한 의견 요구를 하지 않아 징계와 관련해서는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달 4일 본회의에서 “태도가 리더십”이라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말, 욕설, 야유와 집단 고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은 정말 좀 과하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언행이 모여서 국민이 보는 국회가 된다”며 “최소한 눈살을 찌푸리지는 말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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