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노동자 인신매매에 현상금 걸고 추적
‘공공형’ 농협 추노행위 묵인 … 이주인권단체 “법무부 지침 운영 제도 법제화해야”
농어촌 일손을 돕는 외국인 계절노동자에 대한 인신매매·강제노동·임금착취가 여전한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으로 이탈한 경우 현상금까지 걸고 추적한 사실에 대해 이주인권단체들이 규탄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등 이주인권단체들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공공형마저 인신매매 임금착취 만연한 계절노동자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노협에 따르면 4월 계절근로 비자(E-8)로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A씨는 기초지방자치단체 B군에서 계절노동자로 일했다. 첫 급여일에 고용주는 B군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중개수수료”라며 브로커 계좌로 입금하라는 안내를 받고 급여 중 100만원을 브로커에게 계좌이체했다. A씨는 항의했지만 B군 계절근로자 담당 통역은 “약정한 금액인데 왜 내려고 하지 않느냐”며 계좌이체에 동의하지 않는 A씨등에게 “향후 임금 지급 중지와 조기 귀국을 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지난해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은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뿐만 아니라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등을 목적으로 한 폭행, 협박 등 착취 행위’도 인신매매로 본다. A씨는 이주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10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지자체간 업무협약에 비해 좀 더 투명하다는 ‘공공형 계절근로자’ 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D농협에 고용된 필리핀 F씨는 5월 입국하자마자 D농협은 계절노동자들의 통장을 개설하며 브로커 G씨 계좌로 일정금액을 3개월간 자동이체되도록 설정했다. G씨는 올해 1월 전남 해남군에서 여권 압류, 임금중간 착취 등 공무원과 브로커의 불법 행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게다가 D농협은 이러한 임금착취에 불만을 가진 계절노동자들이 이탈할 경우 현상금을 걸고 이탈자를 추적하며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묵인했다. 9월 이탈자 3명이 발생하자 D농협 통역은 쇼설미디어에 이탈자들의 소재를 알려 줄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현상금을 걸었다. 이후 현상금은 600만원으로 올렸다. 게다가 경찰에 이탈자들을 절도 마약 등의 혐의로 허위 고소까지 했다.
이런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고기복 외노협 운영위원장은 “지난해에 입국했다가 이탈한 계절노동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위협을 가했다”며 “현지 지역사회에도 소문을 내고 타 지역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바 있던 이가 재입국 추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국을 훼방하며 이탈자를 압박하는 등의 초법적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초지자체는 계절노동자 모집 및 선발, 입국 후 고용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 등을 해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로 인해 법무부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기본계획’에서 중대 위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인이나 단체 위임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실태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형인 D농협 사건은 1월 해남서 발생했던 브로커 G씨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교묘하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고 지역에서의 부패 고리를 견고하게 해 인신매매와 같은 피해자를 양산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계절노동자제도가 농어업 생산기반 유지와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존립에 절대적인 생명유지 장치인 점을 고려해 현재 법무부 운영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