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대기업 대규모 세금감면, 양극화 심해져
대기업 연평균 20%, 고소득자 10% 증가
세금감면액 급증, 3년 연속 법정한도 넘겨
정부의 대규모 세금감면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쏠리면서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감면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법정한도가 내년까지 3년째 넘어설 전망이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제출 자료를 토대로 ‘수혜자별 국세 감면액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0~2025년까지 개인 중 고소득자는 매년 9.9% 늘어난 반면 중저소득자는 6.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인 대기업의 경우는 매년 20.2%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7.9%, 중견기업은 8.0% 늘었다.
이에 따라 국세감면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몰렸다. 개인 세금감면액 중에서 고소득자 비중은 2020년 30.3%에서 내년엔 33.5%로 5년간 3.2%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저소득자 비중은 같은 기간에 69.7%에서 66.5%로 낮아지게 된다.
태정림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개인에 대한 조세지출 항목 중 고소득자에게 귀속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건강보험료 등 각종 보험료, 의료비 및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무주택근로자에 대한 주택자금 특별공제 등이 명목 소득금액의 자연증가와 함께 증가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료 등 사용자부담금 비과세 혜택은 58.7%가 고소득자에게 돌아갔고 개인기부금 특별세액공제(52.5%), 연금계좌세액공제(51.2%), 교육비 특별세액공제(50.2%) 역시 절반이상이 고소득자를 지원하는 데 활용됐다. 보험료 특별소득공제 및 특별세액공제와 연금보험료 공제도 각각 49.6%, 40.1%가 고소득자 몫이었다. 고소득자는 무주택근로자에 대한 주택자금 특별공제 중 37.9%, 의료비 특별세액공제 중 34.0%를 챙겨갔다.
법인 중에서는 중소기업 비중이 2020년 이후 5년 사이에 70.9%에서 68.5%로 낮아진 반면 대기업 비중은 11.0%에서 17.8%로 높아졌다. 대기업에 대한 국세 감면액 비중 증가는 2022년 신설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영향이 컸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중 대기업 국세 감면액 비중은 2020년 35.2%에서 2023년에는 53.6%로 뛰어올랐다. 감면액 규모는 대기업이 2조4000억원이었고 중소기업은 1조6000억원에 그쳤다. 통합투자세액공제도 대기업에 56.8%인 1조1000억원, 중소기업엔 26.8%인 5000억원이 지원됐다.
3년 연속 세수가 예상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세수감면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71조4000억원에서 내년엔 78조원으로 9.8% 증가하고 국세감면율은 내년까지 윤석열정부 들어 3년 연속 법정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높아지는 국세감면율은 3개년 평균치에 비례해 늘어나는 법정한도를 높이면서 세수감면액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이 세수감면액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쏠리면서 양극화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