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행보, ‘김 여사’에 묶인 여권과 차별화

2024-10-31 13:00:17 게재

보수 원로 만나고 경제계와 간담회 …‘먹사니즘’ 전면에

선거법 위반 등 1심 선고 부정여론 차단 사전포석 해석

당내 서명운동·특보단 가동 등 내부 구심점 강화 활동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정당 대선을 이끌었던 원로들과 잇달아 만나고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다.

공식회의 석상의 발언은 경제·민생을 소재로 한 ‘먹사니즘 정치’를 강조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발이 묶여 있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리더십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적으로는 다선 중진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특보단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다수당의 대표로서 안정감을 보여 수권정당의 면모를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는 취지다.

11월 15일, 25일로 각각 예정된 선거법·위증교사 관련 1심 재판과 관련한 부정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30일 민주당을 방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경제가 비상상황인데 정부가 대책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소상공인을 포함한 골목경제, 서민경제가 살아야 나라경제도 튼튼해진다”고 강조했다. 골목경제 회복을 위한 지역화폐 발행 지원, 민생회복지원금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단 만남에 앞서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협회장 등 경제단체 인사들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고, 다음달 4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서밋 2024’ 행사에 참석한다. 오는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나 정책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간다.

이 대표는 또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장관을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장관과 점심을 같이 했는데 역시 제일 큰 걱정이 경제·민생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장관 면담에 앞서 지난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만났다. 보수정당의 선거를 이끈 인사들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변화를 촉구하는 중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재명, 윤여준 전 장관과 오찬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정치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먹사니즘’을 내세웠다”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진보-보수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와 민생에 도움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이후 여권이 김건희 여사 문제로 지도부간 갈등을 빚고, 낮은 지지율로 국정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과의 차별화 시도로도 읽힌다. 30일 이재명 대표를 만난 윤여준 전 장관은 “대통령의 국민 신뢰도가 낮아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라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 곤란하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목전에 와 있는 1심 선고재판 결과에 따른 부정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포석 성격이란 해석도 있다.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지지층을 두텁게 하는 한편 외연을 넓혀 여론전을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여권과의 대립각이 높은 김건희 특검 등과 관련한 대응을 원내와 전문가 그룹으로 분산·대응하면서 이 대표의 민생행보를 지원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 이슈와 관련해서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한 대북 정책·안보 문제 등에 대해선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의원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최고위원이 주도하면서 이 대표의 대외적인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내부적으론 당의 구심점을 강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죄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30일 기준 20만명을 넘어섰다.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현역의원들도 서명운동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 대표 재판과 관련한 이른바 ‘11월 위기설’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심에서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검찰정권의 정치보복, 정치탄압이라는 점이 이미 지지율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당내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리더십을 대신할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5선 중진인 안규백 의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 특보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3선. 정무특보단) 유동수 의원(3선. 경제특보단) 박수현 의원(재선. 언론특보단) 등 상대적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는 다선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집권플랜위원회도 구성해 가동 중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대오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